공군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 소속 여군 장교가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고 지휘관이 이를 무마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지난달에는 고(故) 이예람 중사가 사망할 즈음 8비행단에서 강제추행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또 다른 여군 부사관의 소식이 알려졌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8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제10비행단에서 이 중사 사망과 판박이인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6일 공군 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 소속 A 상사는 같은 부대 소속 장교 B 씨의 어깨와 등, 팔 안쪽을 만졌다. 식사가 끝난 후 주차장에서는 피해자에게 ‘귀가 작다’며 귀를 만졌다.
또 다음날인 7일에는 자신의 집에서 마사지해주고 싶다며 사적 연락을 했고, 8일에는 ‘같이 먹게 햄버거를 사 오라’며 메시지를 보냈다. B 씨가 거절하자 A 상사는 ‘순진한 줄 알았는데 받아치는 게 완전 요물’이라고 보냈다. B 씨는 지난 4월 9일 피해 사실을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센터는 보고를 받은 군사경찰대 대대장 C 중령이 B 씨에게 처벌 의사를 물으면서 ‘형사 사건화하면 피해자가 지휘자로서 역량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주홍글씨가 남을 수 있다’, ‘역고소, 무고죄 고소 등을 할 수 있다’며 신고를 막기 위해 회유·무마·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B 씨가 고소 의사를 밝히자 C 중령은 4월 12일 수사를 개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진술조서 작성은 중단됐고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이 중사 사망사건 이후 실시된 국방부 성폭력특별조사 기간인 6월 4일에는 신고를 무마하기 위해 A 상사를 ‘상관모욕과 소대 지휘관리 소홀’로 타 부대 전출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A 상사는 보직 심의 결과 부대 잔류가 결정됐고 C 중령은 B 씨에게 전화해 ‘군대 생활 오래 해야 할 것 아니냐’, ‘A 상사 전출을 통해 네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결국 B 씨는 청원휴가를 갈 때까지 3개월 동안 A 상사와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B 씨는 A 상사와 C 중령을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에 고소했다. 하지만 군 검사는 ‘피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성적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등의 이유로 A 상사를 불기소 처분했고 B 중령 역시 피해자를 배려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불기소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센터는 “B 씨는 현재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을 한 상태”라며 “국방부는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가해자들을 기소하고 사건을 진행하는 한편 ‘몸은 만졌지만 가해자에게 성적 의도가 없어 성추행이 아니다’라는 논리가 공군본부 법무실에서 어느 선까지 보고되고 결재됐는지에 대해서도 직무감찰 후 관련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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