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700여 개 아파트 단지에서 월패드(wallpad·주택 관리용 단말기) 카메라를 해킹해 촬영한 영상이 무더기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온라인상에 퍼진 ‘월패드 해킹 리스트’에 올라온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해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A 씨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카메라가 붙어 있다고 해서 해킹을 당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집이 4층이라 밖에서 볼까 봐 커튼을 다 치고 돌아다닌다. 목욕하고도 자유롭게 다니고, 거의 속옷 바람으로 많이 다녔다”고 말했다.
A 씨는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이른바 ‘월패드 해킹 리스트’에서 자신의 아파트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리스트에 우리 집 아파트가 올라가며 난리가 났다. 스티커로 가렸냐는 등 몇 번이나 연락이 오더라”며 “그때부터 너무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사생활을 다 지켜보고 있는 건가 해서 너무 무서웠다”며 “일단 아이 네임 스티커로 가렸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매번 스티커만 붙이고 살아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이미 (월패드가 있는) 아파트가 얼마나 많은데 대책이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금 수사당국이 수사하고 있지만 보통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범인을 잡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범인을 잡아서 어떻게 하기보다는 일단은 리스트에 오른 아파트를 대상으로 임시방편이더라도 조처를 할 수 있는 것들은 빨리 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인들은 사실 월패드에 카메라가 어디 붙어 있는지 찾기도 쉽지 않다”며 “지금 정부가 빨리해야 될 것은 내 아파트가 안전한지 아닌지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 같은 걸 만들고 월패드 종류별로 사진 같은 걸 첨부해 사용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가이드들을 빨리 공지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부 아파트에서 월패드가 해킹돼 사생활이 촬영된 유출 됐다는 정황이 나왔다. 이는 영상을 판매한다는 해커의 글이 해외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게시자에 따르면 영상에는 일상 모습을 포함해 알몸, 성관계 등 장면까지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의혹이 불거지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명단에 오른 아파트 중 일부 아파트에서 해킹 흔적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월패드 ‘세대 간 망 분리’를 의무화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하지만 고지 시행 이후 지어진 건물에만 적용되고 기존 건물에는 적용되지 않아 기존 아파트에 대한 보안강화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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