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중환자실 간호사 “현장 아비규환…급할 때만 우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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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14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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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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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코로나 병동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가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했다.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코로나 병동 중환자실 근무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간호사라고 밝힌 작성자 A 씨는 “결국 코로나 병상 문제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이용할 것인가’하는 문제”라며 “솔직히 지금 같은 상황이면 비코로나 중환자도, 코로나 중환자도 둘 다 놓칠 수 있는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A 씨는 코로나19가 위험한 이유부터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는 ARDS(급성호흡곤란증후군)로 시작해서 ARDS로 끝난다. ARDS는 폐포 속 산소 교환 시스템을 무력화시켜 숨을 쉬어도 조직에 산소 공급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환자에게 공기 농도의 5배나 되는 산소를 공급해도 안 되면 환자를 엎드린 상태로 두어 등 쪽에 더 많은 폐포와 산소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복위’라는 자세를 취하게 한다”면서 “여기에만 간호사 4명에 의사 1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혈관을 확장하는 방법인 NO(일산화질소)치료를 통해 산소포화도를 잡으면 이때부터 렉키로나주나 렘데시비르 같은 치료제를 쓴다”며 “고령자가 아니거나 기저질환이 없으면 2주 안에 회복이 되지만 골든타임인 2주를 넘기면 에크모(ECMO·인공심폐기)로 버티면서 폐 이식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뉴스1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뉴스1

A 씨는 “이런 과정은 고도로 훈련된 중환자실 간호사들도 버거워한다”며 “이를 레벨D 방호복에 PAPR(전동식 호흡보호구)까지 달고 하려면 다른 말 필요 없이 그냥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행정명령으로 병상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저 업무를 볼 수 있는 중환자 간호사들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부는 새로운 과정을 만들고 신규간호사를 교육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 간호사를 교육하는 것도 중환자실 간호사이고, 그 간호사들이 현장에 적응할 때까지 기존 간호사들의 업무강도가 2배는 늘어난다”며 “그럼 기존 간호사들은 또 사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기존 중환자실은 신규인력이 적게는 30%, 많이는 50%가 채워져서 아비규환”이라면서 “기존 중환자실에 있던 인력과 일반 병동 간호사 인력들이 코로나 중환자실을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A 씨는 “코로나19 치료비가 얼마인지 공개해 이를 감수할 수 있는 사람만 백신을 맞지 않거나 방역수칙을 위반했으면 좋겠다”면서 “급할 때만 의료진 찾는 현실, 처우 개선을 해주겠다는 말만 하고 그 순간만 지나면 원점이 되는 현실을 보면서 오늘도 많은 동료들은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뉴스1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뉴스1

중환자 치료 환경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급기야는 ‘연명치료 포기’ 의사를 밝힌 환자에게 먼저 병상을 내주는 곳까지 생겼다. 의료진이 회복 가능성이 낮은 환자에게 여력을 쏟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중환자실 병상을 구하지 못해 짧게는 사흘, 길게는 열흘 넘게 응급실에 대기하거나, 응급실조차도 찾지 못한 경우 119구급차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응급환자들도 있다.

보건의료 단체들은 현장 역량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중단을 정부에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전날 MBN과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희생해 온 자영업자·소상공인과 피로가 쌓인 국민을 생각하면 경제 회복 시점에 단계적 일상 회복을 멈춘다는 것은 국민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확진자가 늘면 국민들께 충분히 설명하고 방역조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던 입장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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