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만둣국 먹었다”고 비난받은 한국계 美 앵커, 다음날 지지 폭발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1월 4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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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리가 1일 ″만둣국을 먹었다″고 발언한 방송.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미셸 리가 1일 ″만둣국을 먹었다″고 발언한 방송.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미국의 한 방송에서 “새해에 만둣국을 먹었다”고 말했다가 인종차별성 비난을 들은 한국계 앵커의 사연이 공개되자 미국 각계에서 그를 응원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중서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지역 방송사 NBC 앵커인 미셸 리는 지난 1일 방송에서 “나는 (새해에) 만둣국을 먹는다. 많은 한국인이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이날 리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각국의 신년 음식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익명의 시청자는 리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 “너무 아시아인처럼 군다(VeryAsian)”며 “한국적인 건 혼자 즐기라”고 비난했다.

새해 첫날 해당 음성 메시지를 듣고 낙심한 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 음성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공유했다. 그러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루 만에 조회 수 300만을 넘겼고 리트윗과 ‘좋아요’ 수천 개가 붙었다. 일반 SNS 이용자들을 비롯해 저널리스트, 작가, 정치인, 운동가 등 각계에서 리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우리 2022년엔 매일 #VeryAsian이 되자”라면서 해시태그 #VeryAsian을 붙이며 리를 응원했다. 일부는 명절에 먹는 만두 사진을 함께 게시하며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 경험 등을 나열했다.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VeryAsian’이라는 해시태를 달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VeryAsian’이라는 해시태를 달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샤오칭 슈는 약 20년 전 그가 겪은 경험을 SNS에 공유했다. 그는 “재직 중이던 신문사에 한 독자가 편지를 보내 (내가 기고한) 차(茶) 기사를 두고 비난했다”며 “미국인을 고용했어야 했다고 회사를 비난하고, (나를) 포춘 쿠키라고 불렀다”라고 회고했다.

대만계 이민자 출신으로 지난해 사상 최초로 백인 남성이 아닌 아시아 여성 보스턴 시장에 선출된 미셸 우(39) 역시 리의 영상을 리트윗하면서 “우리도 새해에 만두를 먹었다. #VeryAsian인 게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한 누리꾼은 “다양한 전통을 담은 논의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리가 아시아의 신년 전통을 조명해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새해에 만두를 먹어서 화났다니, 화날 일이 너무 많다. 우리가 신년을 두 번 기념하는 것도 알려주자”라고 재치 있게 반응했다.

리는 자신이 입양된 이후 백인 부모 밑에서 컸으며, 1998년에 친부모와 연락이 닿고부터 자신의 삶에 한국 문화를 녹여왔다고 설명했다.

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인간의 선함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시아인이자 미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며 “새해에 받은 (인종차별) 음성 메시지가 이제는 선물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그저 존재하는 인간일 뿐이다. (음성 메시지를 보낸) 시청자와 대화할 기회가 생긴다면, 만둣국 한 그릇을 대접하며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것“이라면서도 “유색인종 미국인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모욕당하고 그보다 더한 일도 당했다는 걸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퓨 리서치(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2020년에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중에 유색인종 10명 중 4명이 팬데믹 이후 주변에서 자신을 보고 불편해하는 걸 느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병한 이후 아시아인은 전보다 더한 인종차별의 표적이 됐다.

한편, 리는 언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인 에드워드 머로우 상을 4번씩이나 수상한 유명 기자다. 켄사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후 기자가 된 그는 지역 부문 머로우 상과 에미상도 각각 9번이나 수상한 이력이 있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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