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감전사’ 유족 “납골함만 끌어안았다…한전 연락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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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월 6일 1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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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전봇대에서 전기 연결 작업을 하다 감전돼 사망한 한국전력 하청업체 근로자 김다운 씨(38)의 유족은 한전이나 하청업체에서 고인의 정보를 병원에 전달하지 않아 가족이 직접 신원확인을 하느라 오랜시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6일 고인의 매형 A 씨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1시간 후에 어머니가 다운이의 전 직장 동료를 통해 최초 연락을 받았다. 이때까지 한전이나 하청업체에서는 저희 가족에게 연락조차 없었다”고 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11월 5일 경기도 여주의 한 신축 오피스텔 인근 전봇대에서 전기 연결 작업 중 2만2000볼트 고압 전류에 감전됐다. 사고 직후 그는 의식을 잃은 채 10m 상공에 매달려 있었다. 김 씨는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맥박과 호흡은 있었지만 상반신 대부분에 3도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결국 김 씨는 사고 19일 만인 같은 달 24일 패혈증으로 숨졌다.

당시 김 씨는 절연 장갑이 아닌 일반 면장갑을 낀 채 홀로 작업에 투입됐다. 한전 안전 규정상 이 작업은 2인1조로 해야 한다. 차량도 고압 전기작업에 쓰이는 고소절연작업차(활선차)가 아닌 일반 트럭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119 구조대에서 한전 측에 근처에 있는 활선차량을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해, 한 15분 후에 차량이 도착했다. 그런데 이 활선차량이 (김 씨가 매달려 있던) 해당 높이까지 올라갈 수 없는 차량이라 더 높은 차량을 요청해 부르는 데까지 30분 정도가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흡도 불가능해 기관 삽관하는 응급처치를 하고 구급차로 이동했다. 아주대 닥터헬기가 가까운 여주 공설운동장에 준비가 돼 있으니까 그쪽으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A 씨는 “코로나라 직계가족 1인만 면회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김 씨의) 누나가 들어갔다. 여주에서 헬기로 후송된 동생의 이름을 찾았는데, 아주대에서는 처음에 ‘그런 사람 없다’고 답변했다”며 “한전이나 하청업체에서 처남의 인적사항을 아무것도 안 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상 상태가 너무 심각해 60대 무명남으로 분류돼 있었다. 그래서 동생임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과 신체적인 특징 등을 확인했다. 사고 이후 거의 3시간이 지났었는데 동의서 하나 못 받고 거의 방치돼 있었다”고 했다.

김 씨와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는 직계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면회조차 못했다고 한다. A 씨는 “(다른 가족들과 예비신부는 김 씨의) 화장터에서 납골함을 끌어안은 게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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