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자기 앞에 선 임신부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며 조롱한 남성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1일 남초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본인 오늘 진짜 뿌듯했던 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안 비켜줘 XXX아, 꺼져”라는 심한 욕설이 담긴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 속 A 씨는 바닥에 분홍색 표시가 된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고, 그 앞에는 임신부 배지가 달린 가방을 멘 여성 승객이 서 있다. A 씨는 이 모습을 스스로 찍어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임신부에게 자리를 비켜주지 않은 자신의 수준을 평가해 달라고 했다.
해당 게시물은 ‘임산부한테 임산부 배려석 안 비켜줘서 뿌듯한 남성’이라는 제목으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했다.
누리꾼들은 “이걸 자랑이라고 올린 건가” “저런 걸로 뿌듯함을 느끼다니 한심하다” “아기 아빠로서 이런 글 보면 화가 난다” “이러면서 무슨 애를 낳으라고 하나” 등 분노 섞인 반응을 보였다.
지하철엔 객실 한 칸당 교통약자석과는 별도로 가운데 양쪽 끝 두 자리를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하고 있다. 임산부 배려석은 지난 2013년 서울 지하철에 도입된 후 전국으로 확산했지만 여전히 임산부가 배려받기 힘들단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한 임신부가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법으로 확보해 달라”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늦은 나이에 어렵게 시험관 아이를 갖게 됐다는 청원인은 “배려석인 만큼 호의로 양보해주면 좋겠지만 실제론 임산부 배려석에 비임산부가 앉아 있는 경우가 다수”라며 “임산부 좌석 전용 배지를 배포해 자리에 배지를 대면 앉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해당 청원은 24일 오후 2시 기준 35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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