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후원금 ‘택배견 경태’ 아빠, 실제 쓴 병원비는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4월 5일 10시 08분


CJ대한통운 ‘명예 택배기사 1호’로 임명된 경태. 인스타그램 갈무리
CJ대한통운 ‘명예 택배기사 1호’로 임명된 경태. 인스타그램 갈무리
반려견을 데리고 택배 일에 나서 유명해진 택배기사가 강아지 수술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의 후원금을 모금한 뒤 잠적한 가운데, 실제 반려견 병원비는 몇백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택배견(犬) ‘경태’와 ‘태희’의 견주 김모 씨는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반려견들이 심장병을 앓고 있어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22만 팔로워를 보유한 김 씨는 이같은 모금뿐 아니라 팬들에게 손을 벌려 수천만 원에 달하는 돈을 모았다.

그러나 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김 씨가 경태와 태희를 치료하는 데 쓴 돈은 몇백만 원에 불과했다. 김 씨는 강아지들이 심장병 등으로 치료받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모두 277만 원을 사용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나간 약값은 한 달에 30만 원 정도였다고 동물병원 측은 밝혔다. 김 씨가 이곳저곳에서 빌린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현재 김 씨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하고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태와 태희는 김 씨 여동생이 보호하고 있다. 김 씨 여동생은 JTBC를 통해 “후원금에서 1원도 안 썼고, 내역도 싹 다 공개할 수 있다. 경찰에서 공개하라고 하면 경찰에 공개하겠다. 그럼 되는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김 씨는 지난 2020년 12월 택배차에 몰티즈 종인 경태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아 유명해졌다. 그는 2013년 한 화단에서 뼈가 부러져 누워 있던 유기견 경태를 발견해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자신을 ‘경태아부지’라고 칭하며 인스타그램에 경태의 사진, 영상 등을 공유해왔다. CJ대한통운 측은 지난해 1월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후 번식장에서 구조된 시츄 태희도 임시 보호하다 입양해 누리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김 씨가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도움을 호소하자 누리꾼들은 망설임없이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김 씨는 후원금이 어느 정도 모이자 계좌를 닫고 총 모금액과 사용처 등을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곧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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