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데리고 택배 일에 나서 유명해진 택배기사가 강아지 수술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의 후원금을 모금한 뒤 잠적한 가운데, 실제 반려견 병원비는 몇백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택배견(犬) ‘경태’와 ‘태희’의 견주 김모 씨는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반려견들이 심장병을 앓고 있어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22만 팔로워를 보유한 김 씨는 이같은 모금뿐 아니라 팬들에게 손을 벌려 수천만 원에 달하는 돈을 모았다.
그러나 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김 씨가 경태와 태희를 치료하는 데 쓴 돈은 몇백만 원에 불과했다. 김 씨는 강아지들이 심장병 등으로 치료받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모두 277만 원을 사용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나간 약값은 한 달에 30만 원 정도였다고 동물병원 측은 밝혔다. 김 씨가 이곳저곳에서 빌린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현재 김 씨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하고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태와 태희는 김 씨 여동생이 보호하고 있다. 김 씨 여동생은 JTBC를 통해 “후원금에서 1원도 안 썼고, 내역도 싹 다 공개할 수 있다. 경찰에서 공개하라고 하면 경찰에 공개하겠다. 그럼 되는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김 씨는 지난 2020년 12월 택배차에 몰티즈 종인 경태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아 유명해졌다. 그는 2013년 한 화단에서 뼈가 부러져 누워 있던 유기견 경태를 발견해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자신을 ‘경태아부지’라고 칭하며 인스타그램에 경태의 사진, 영상 등을 공유해왔다. CJ대한통운 측은 지난해 1월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후 번식장에서 구조된 시츄 태희도 임시 보호하다 입양해 누리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김 씨가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도움을 호소하자 누리꾼들은 망설임없이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김 씨는 후원금이 어느 정도 모이자 계좌를 닫고 총 모금액과 사용처 등을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곧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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