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연설문 원고가 사전 유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주요 부처 장관, 국민의힘 의원 100여명 등과 함께 KTX 특별열차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그러나 행사 참석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연설문을 퇴고하는 모습과 집무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연설문이 클로즈업된 사진 등이 일부 매체에 보도됐다.
사진 속 원고에는 “저는 오월 정신을 확고히 지켜나갈 것”, “광주의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갈 것을 약속”, “올해 초 여러분께 손편지를 통해 전했던 그 마음 변치 않을 것” 등의 언급이 담겨 있다. 특히 ‘열어갈 것을 약속’ 앞에는 윤 대통령이 파란색 펜으로 직접 ‘멋지게’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윤 대통령은 또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철학입니다.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입니다”라는 문장을 직접 추가하기도 했다.
해당 사진의 출처는 ‘대통령실 관계자’라고 돼 있다. 보도에는 윤 대통령이 기념사 초안을 7차례 이상 수정했다는 관계자의 설명도 있다.
통상 대통령의 연설문은 보안이 중요시된다. 대통령 연설이 갖는 무게 때문이다. 사전에 언론에 제공되는 경우에도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유예)가 걸려 대통령의 연설이 다 끝나고 난 뒤에야 보도할 수 있다.
특히 사진 촬영이 금지된 ‘절대 보안 구역’인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의 기념사 원고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된 것으로 보여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대통령실 직원들은 휴대전화의 사진 촬영과 녹음 기능을 제한하는 ‘보안 애플리케이션(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대통령실 직원 누군가가 이 앱을 설치하지 않은 휴대전화로 대통령의 기념사 초안을 촬영해 유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어떤 경위로 원고가 유출됐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조치가 필요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