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반환의무’, ‘임차권등기해지’는 동시이행 관계 아냐
법원 “집주인이 먼저 전세금 돌려줘야”
전세로 거주하다 집을 옮기게 된 A 씨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일단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이사했다.
임차권등기명령이란 전세금 돌려받기가 힘든 상황에서 이사 갈 때 세입자의 권리(대항력과 우선변제권)를 유지시키기 위한 제도다. 해지하지 않으면 집주인의 매매와 재임대가 어려워진다.
그러자 집주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을 풀어주지 않으면 전세금도 돌려줄 수 없다’고 맞섰다.
A 씨는 “집주인의 잘못으로 이 상황이 벌어진 것인데 제가 먼저 임차권등기를 해지 해야 하나요?”라고 토로했다.
18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집주인이 하루라도 빨리 해지되길 원해 자발적으로 전세금을 돌려주기도 하지만, A 씨 사례처럼 전세금반환을 볼모로 동시이행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세금반환의무’와 ‘임차권등기해지’는 동시이행 관계가 아니다.
엄 변호사는 “임차권등기 자체가 전세금반환이 지체되어 발생한 법적 절차기 때문에 집주인의 전세금반환 의무보다 앞설 수 없다”며 “동시이행 관계라고 맞서는 집주인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세금반환과 임차권등기해지가 동시이행관계라며 맞선 집주인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대법원 2005다4529). 원심과 대법원은 세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세입자의 임차권등기 해지 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지 않다”며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의무가 먼저 이행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만약 집주인이 동시이행관계 주장으로 시간을 끌고 계속해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세입자는 ‘전세금반환소송’을 진행하면 된다고 엄 변호사는 조언했다.
그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이자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전세금반환이 늦어져 발생한 지연이자는 소송을 통해 민사법상 이자 5%,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한 연 12%의 지연이자를 받을 수 있다.
법도 전세금반환소송센터의 2022년 통계에서 전세금반환소송 310건 중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201건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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