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병원 응급실에서 의사를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로 A 씨(74)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수원지방법원 박정호 영장전담판사는 전날 A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씨는 지난 15일 오전 9시 5분경 용인시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미리 준비한 낫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목덜미를 찍는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선물을 드릴 게 있다’며 병원 직원에게 해당 응급의학과 전문의 근무 시간을 미리 물어본 뒤 찾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사는 목 바로 아래 10㎝를 베였으나 즉시 응급 수술을 받아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11일 이 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던 자신의 아내가 숨지자 병원 측의 조처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A 씨는 의사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날 이 사건과 관련해 긴급 성명서를 내고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안전한 진료환경”이라며 “이제라도 현장의 전문가들과 재발방지와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의 장을 만들어 달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환자와 보호자를 무한한 온정주의 눈길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크다. 환자의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돌아온 것은 감사의 표현이 아니라 살해의도가 가득한 낫질이었다”며 “진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예방하고 폭력이 발생할 경우 빠른 격리와 현장의 안정이 필요한 것이지, 폭력사건이 벌어진 후의 사후조치는 이미 늦었다”고 지적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입장문을 통해 “진료 현장에서 선의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다해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참혹한 일이 발생했다”며 “대한민국 의사들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으며, 최소한의 기본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칼 들고, 낫 들고 의사들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강력 범죄에 대한 근본적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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