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인하대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한 뒤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학생 A 씨가 성폭행 사실을 인정했지만 “(피해자를) 밀지 않았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건 당시 불법촬영을 했던 A 씨의 휴대전화에 단서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1일 이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강간 당시 불법촬영했던 휴대전화가 현장에서 발견됐는데 외벽이 찍혀있었다. 외벽이 찍힌 시간대를 추적하면 될 것”이라며 “찍힌 시간대가 여성이 떨어지기 전인지, 그다음인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의 휴대전화에는 피해자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층의 외벽이 찍혀 있었다. 피해자가 추락하기 전 심야 시간대에 촬영된 해당 영상에는 A 씨와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음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아직 정확히 그 음성의 내용까지는 듣지 못 했다”며 “아마 A 씨가 불법촬영물을 확보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들이댔는데 예상 밖의 어떤 상황이 전개돼서 외벽만 찍혔고 음성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몸싸움이 일어나 여성이 추락하게 돼 본의 아니게 외벽이 찍히게 된 상황이라면 신체적 접촉과 압력 때문에 피해자가 추락했을 것이라는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추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에 뛰어내리려는 여성을 붙잡아서 뜯어말리려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하려면 A 씨는 추락하자마자 119에 전화해서 신고해야 했다. 그러나 A 씨는 신고하지 않았고 본인의 증거물이 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은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황이 없어 (떨어진 휴대전화를) 발견 못 한 거라고 본다. 다만 (피해자) 옷에 인멸해야 하는 무언가가 묻어 있을 것으로 생각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옷만 들고 다른 장소에 숨긴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증거인멸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 씨에게 적용한 혐의를 준강간치사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전환할지 검토 중이다. 피해자가 추락 후 1시간 이상 생존해 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조계 일각에선 A 씨가 추락 사실을 알고도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교수도 동일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A 씨가 밀든 밀지 않았든 추락한 걸 알았는데 신고를 안 했다. 상식이 있는 성인이라면 3층에서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진 건데 죽을 수 있다는 걸 예상했을 거다. 그렇다면 그것 자체가 살인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부작위 살인’까지 충분히 적용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신고도 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를 살릴 의도가 없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라며 “이는 고의를 가정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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