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복권에 당첨되면 일부 나눠주겠다”고 구두 약속했다면 실제로 당첨된 뒤 이를 지켜야할까. 법원에서는 당첨금 분배 약정이 있던 것으로 간주해 약속했던 당첨금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8일 방송된 KBS ‘아침마당’에서 양소영 변호사는 이 같은 사연을 소개했다. 양 변호사에 따르면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A 씨는 “기분이 좋다”며 복권을 여러 장 구입해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그러면서 “이거 당첨되면 우리 같이 나누자”고 말했다.
이에 친구 B 씨는 “나 정말 당첨되면 너한테 2억 원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실제로 B 씨는 복권 1등에 당첨되면서 14억 원을 받았다.
하지만 B 씨는 A 씨에게 약속했던 2억 원이 아니라 8000만 원만 지급했고, 결국 두 사람은 법정 공방을 벌였다.
법원은 A 씨와 B 씨 사이에 ‘당첨금 분배 약정’이 있던 것으로 판단해 B 씨가 A 씨에게 나머지 1억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 씨는 재판에서 “기한을 정하지도 않았으며 약속한 내용을 문서로 작성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양 변호사는 “보통 (채무 관계에서) 차용증을 쓰는데, 만일 차용증에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청구 즉시 바로 돈을 줘야 한다”며 “이번 사례에서도 (차용증을 쓰거나) 약속한 기한은 없었지만, 청구가 들어왔으므로 바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 났다”고 설명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A 씨가 구입해서 B 씨에게 준 복권이라는 점 △이미 약속한 당첨금 중 일부를 지급했다는 점 △A 씨와 B 씨 사이에 있던 ‘구두 약속’을 다른 친구들이 보고 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법원은 친구들이 당첨금 분배 약정의 성립을 위한 증인이 됐다고 봤다. 그래서 녹취나 차용증 등을 통해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는데도 법원이 B 씨의 A 씨에 대한 당첨금 지급 의무를 인정한 것이다. 만약 두 사람만 있는 가운데 B 씨가 A 씨에게 당첨금 지급을 약속했다면 녹취 등의 기록이 필요하다. 이때 기록은 꼭 차용증이 아니어도 되며 ‘당첨금을 주겠다’는 등의 문구가 쓰인 복권 용지도 가능하다.
양 변호사는 “복권 용지가 반으로 찢어졌는데 그것이 증거로 인정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