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중 쓰러진 아산병원 간호사, 수술 가능한 의사 없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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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8월 2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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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의 모습. 뉴스1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의 모습. 뉴스1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일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당시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없어 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일 서울아산병원과 대한간호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새벽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 A 씨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A 씨는 원내 응급실로 옮겨져 색전술(혈관 내 색전을 이용해 출혈을 억제하거나 종양 전이를 방지하는 치료) 등 응급 처치를 받았지만 긴급 수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원내에 A 씨를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고 A 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뇌출혈은 뇌조직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파열돼 혈액이 뇌조직으로 새어 나가는 질병으로, 골든타임 3시간을 놓치면 치료가 어렵다. A 씨가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서울아산병원에서는 대부분의 의사가 학회에 참석했고 당직자만 있어 긴급 수술을 진행할 의료진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에서 응급 치료를 위한 색전술 등 다양한 의학적 시도를 했지만 불가피하게 전원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며 “상태가 위중해 외과적 치료가 필요했고, 의료진이 병원까지 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빠른 조치가 가능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직원이 회복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응급 시스템을 재점검해 직원과 환자 안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의 한 직원이 지난달 31일 작성한 글. ‘블라인드’ 캡처
서울아산병원의 한 직원이 지난달 31일 작성한 글. ‘블라인드’ 캡처
이 사건은 지난달 3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졌다. 자신을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한 직원은 “세계 50위권 안에 든다고 자랑하는 병원이 응급 수술 하나 못해서 환자를 사망하게 했다”며 “인증 평가 항목 중 하나인 직원 사고 발생 시 대처 방법에 대해 아무리 달달 외우고 있으면 뭐 하나”고 토로했다. 이어 “그날 병원 응급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날 당직자는 어떻게 했는지, 응급실 입원 후 전원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꼭 사실을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도 2일 입장문을 통해 “서울아산병원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와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고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대한 서울아산병원의 공식적이고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없어 여러 의혹과 주장들이 있는 것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깨워 준 예견된 중대한 사건”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국회 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상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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