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韓 의료시스템 문제 드러낸 것”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를 서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낸 중요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3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에 대해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분야에 의사 인력이 부족한 데 따른 것”이라며 “필수 의료 분야가 발전할 수 있도록 의료 수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협의회는 페이닥터라 불리는 ‘봉직의’로 구성된 단체이다.

협의회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의사 수가 부족에 기인한 문제가 아니라 뇌출혈 치료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뇌출혈은 크게 외상성과 비외상성으로 나뉘는데 이번 사건으로 숨진 간호사는 비외상성 뇌출혈로 인해 동맥류가 파열된 상태였다.

협의회는 “이번 아산병원 간호사의 경우 이미 동맥류가 파열돼 출혈이 이루어진 상황이었고, 피의 양이 많았다면 곧바로 ‘클립핑 수술’(클립결찰술)을 해야 하는 경우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데 아산병원에서는 클립핑 수술하는 의사가 없는 상황이라 코일링(지혈)이라도 시도해 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며 지혈이 되지 않아 급하게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을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아산병원에 클립핑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던 것일까.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에는 클립핑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2명인데 그 당시 한 명은 해외 연수를, 다른 한 명은 휴가였다.

협의회는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은) 한 명이 해외 연수를 나가 있으면 당직 체계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클립핑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추가로 채용했어야 맞지만 지원자가 없어서 채용을 못 한 것이라고 항변하면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선 클립핑 수술의 경우 고난도 수술이라 수가가 매우 높지만, 대한민국에선 전혀 그렇지 못하다”라며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환자의 예후도 좋지 않은데다 수가마저 높은 편이 아니니 신경외과 의사들도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라고 했다.

협의회는 “(이렇게) 클립핑 수술을 하는 의사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 신경외과 전문의들에게 사명감만 가지고 위험한 수술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배출되는 수많은 의사가 필수 의료를 외면하는 이유를 우리는 사실 다들 알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필수 의료 분야가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저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즉각 필수 의료 분야를 시작으로 저수가 체계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의사들의 자발적 필수 의료 참여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