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층, 30층…한 달간 ‘계단 오르기’ 해보니 [헬!린지]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8월 14일 14시 00분


지난 한 달간 오른 회사 건물 비상계단.
지난 한 달간 오른 회사 건물 비상계단.
‘6:18.20’
최고 기온이 33도를 웃돌던 7월 5일, 아파트 20층에 도착한 기자는 스톱워치를 누른 뒤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해가 지기 전인 오후 5시경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는 아파트 비상계단을 통해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오르자 어느새 이마에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아파트 20층까지는 약 320개 계단. 기록은 중요치 않았다. 허리를 곧게 펴고 시선을 정면에 고정하는 등의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한 채 천천히 올랐다. 10층까지는 비교적 무난했다. 단 한 번의 쉼 없이 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13층에 다다르자 한차례 고비가 찾아오면서 잠시 자리에 서서 숨을 골랐다. 이내 발걸음을 다시 내디뎠지만, 17층에서 또다시 멈춰섰다. 1층부터 10층까지 2분 20여 초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후 10개 층을 오르는 데는 약 4분이나 걸린 이유다.

계단 오르기는 회사 비상계단에서도 이어졌다. 다만 아파트 계단 오르기와 비교했을 때 운동 강도가 더 셌다. 무려 한 층에 20~24개의 계단으로, 아파트 한 층(16계단)보다 약 1.5배 많은 계단으로 이뤄진 탓에 10개 층을 오르는 데에만 4분 30초가량이 소요됐다. 운동 시작 7분 13초 만에 15층에 도달했을 때에는 이미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연신 걷다 서기를 반복한 끝에 20층까지 9분 38초 만에야 도달했다.
▲ 오를 때마다 보이는 층수…운동선수 출신도 추천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이 결합된 계단 오르기는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면서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10층 계단을 일주일에 두 번만 올라도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 20%가 줄어들었다. 또 계단을 오르는 과정에서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수축하게 돼 하체 근육과 허리 주변 근육 발달에 효과적이다. 60kg 체중 기준, 10분간 운동했을 때 74㎉를 소모할 수 있다. 이는 달리기(74㎉)와도 같은 칼로리 소모다. 같은 기준일 때 평지 걷기(40㎉)보다는 약 2배 가까이 칼로리 소모가 많다.

계단 오르기는 날씨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전에 진행했던 ‘만보 걷기’는 비가 내리면 우산을 들고 걸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계단 오르기는 장마철에도 비를 맞거나 우산을 들지 않고도 운동이 가능했다. 또 햇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강한 자외선을 피할 수 있었다.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은 운동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계단 오르기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방송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올라갈 때마다 숫자(층수)가 보이니까 목적 의식이 확실해진다”며 “계단에 쓰여있는 숫자 때문에 성취감이 있어서 (운동 초보가) 도전하기 쉽다”고 했다.
▲ 한 달 후, 인바디 결과는…‘근육량↑’ ‘지방↓’
계단 오르기 한 달 만에 나타난 변화.
계단 오르기 한 달 만에 나타난 변화.

계단 오르기는 지난달 5일부터 이달 8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했다. 첫째 주부터 둘째 주까지는 무리하지 않고 20층까지만 올랐다. 다만 목표로 설정한 20층 외에 지하철 등 계단이 보이는 곳이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탑승하지 않고 두 발로 걸어올라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차던 것이 덜해짐을 느끼면서 셋째 주부터 30층 오르기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20층까지 오른 후 엘리베이터로 1층까지 이동해 재차 10개 층을 더 올랐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건 여전했다. 하지만 20층까지 쉼 없이 오르는 게 가능해졌다.

심폐 기능 향상뿐만 아니라 근육량에 영향을 끼쳤음을 인바디 결과로 확인 가능했다. 식이요법을 병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단 오르기만으로 근육량은 1.5㎏ 늘었고, 지방은 1㎏ 줄었다. 계단 운동 이전에 측정한 인바디에서는 근육량을 2.9㎏ 증가시키고, 지방을 9.9㎏ 감소하는 게 좋겠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약 한 달간의 계단 오르기 덕에 앞으로는 근육량을 1.4㎏ 늘리고, 지방은 8.9㎏ 줄이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도 “노력의 결과”라며 “꾸준히 하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 “계단 오르기 후 무릎에 통증이 생기면…”
언제 어디서든, 계단이 보이면 올랐다.
언제 어디서든, 계단이 보이면 올랐다.

계단 오르기를 시작하자 주위에서는 “무릎 나간다” “허리 다친다” 등의 우려를 표했다. 기자가 직접 해본 결과, 다행히 무릎이나 허리 통증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로 온라인 카페에서는 “계단 오르기를 하니 무릎이 아프더라”는 후기 글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반면 척추질환 환우들이 모인 카페에서 한 회원은 “계단 오르기로 수술 안 하고 버틴 분이 계시더라. 심각한 상태였던 것 같은데 매일 계단을 오르며 (허리) 근육을 길렀던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계단 오르기는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를 주는 운동일까 아닐까.

아주대병원 재활의학과 윤승현 교수는 “무릎이 평소 괜찮은 사람이라면 오르는 데 문제가 없지만, 무릎이 평소 안 좋은 사람은 계단을 오를 때 (무릎을) 많이 구부려야 하기 때문에 무릎 안에 압력이 올라가서 손상을 더 악화시킨다”고 했다. 또 “무릎 통증이 전혀 없었는데 계단 오르기를 한 후 무릎 앞쪽에 통증이 생겼다면 증상이 없던 골관절염이 악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 경우, 계단 오르기를 멈추고 골관절염이 있는지 (병원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허리디스크 환자에게도 계단 오르기는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고 했다. 단, 허리를 꼿꼿하게 편 상태로 올라갈 것을 강조했다. “허리 주변에 근육이 약화하거나 구부리는 자세 등으로 디스크가 빠져나가기 쉬운데 허리를 꼿꼿하게 하면 허리 주변 근육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계단을 오를 때 주로 대퇴사두근(허벅지 앞쪽 근육)만 사용해서 오르면 대퇴사두근에 금세 피로가 오고 많이 오르지 못한다. 대퇴사두근의 피로를 줄이고 하체 근육을 고루 쓰기 위해 종아리와 엉덩이 근육도 이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계단 오르기,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
- 편안하고 잘 맞는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 계단을 오를 시 허리를 곧게 펴고 시선은 정면에 고정한다
- 발바닥 전체를 디디면서 미는 듯한 느낌으로 오른다
- 종아리와 엉덩이 등에도 힘을 주면 하체 근육을 고루 쓸 수 있다
- 계단을 내려올 때는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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