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 새 강원 춘천 도로 한복판에서 화물차에 실려있던 맥주병이 두 번이나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병을 치우고 나서 훈훈함을 안겼으나, 두 사고를 같은 운전기사가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채널A에 따르면 지난 12일 춘천에서 일어난 도로 위 맥주병 사고가 지난 6월 같은 지역에서 발생했던 비슷한 사고와 같은 운전자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30분경 춘천의 동면 만천로를 지나던 화물차가 좌회전하던 중 오른쪽 화물칸 문이 열려 맥주병이 들어있는 상자 수십 개가 쏟아졌다. 도로는 흰 맥주 거품과 깨진 맥주병 수백 개로 난장판이 됐다. 다행히 주변 시민들이 나서면서 도로는 30여 분만에 정리됐고, 2차 사고도 나지 않았다.
해당 사고를 낸 화물차 화물칸에는 두 눈처럼 보이는 모양의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이는 지난 6월 29일 춘천 퇴계동의 한 교차로에서 일어난 맥주병 사고의 화물차와 동일한 모습이다.
당시에도 좌회전하던 화물차의 오른쪽 화물칸 문이 열리면서 맥주병 2000여 개가 쏟아져 나왔다. 현장 상황을 목격한 시민 10여 명이 빗자루로 깨진 파편을 쓸고 맥주 박스를 정리하는 등 차주의 청소를 도와 30여 분만에 도로는 깨끗해졌다.
확인 결과 두 건 모두 같은 운전자가 낸 사고로 밝혀졌다. 두 번째 사고 수습을 도왔던 한 시민은 “먼저도 벌점 맞고 이번에 또 벌점 맞으면 고속도로 나가는 데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이 잇따라 두 번이나 사고를 냈지만 주류업체 측은 화물차주가 자신들과 계약을 맺지 않았다며 이번 사안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채널A에 “저희가 물류 회사랑 계약하고 물류 회사와 차주분들하고 계약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보니까, 저희는 물류 회사에서 보상받는 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험을) 다 들어놨다”고 밝혔다.
해당 주류업체는 첫 번째 사고가 났던 지난 6월엔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진짜 마음의 힘을 보여주신 이름 모를 분들을 찾아뵙고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도움을 준 시민에 대한 제보·연락처를 남겨달라고 공지했다. 아울러 해당 트럭을 운전한 기사의 해고나 징계 없이, 사고는 보험처리했다고 알렸다.
당시 사건은 시민들의 미담으로 포장됐지만, 반성이나 재발 방지책을 밝히지 않고 동일한 사고를 냈다는 점에서 ‘부실 대응’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를 두고 화물차 적재물 관리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과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주를 대상으로 한 안전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누리꾼들은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버릇이다. 저 사고가 고속도로에서 났다면 진짜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행인들을 덮치면 어쩌려고 그러나. 진짜 심각한 운전기사다”, “이제 이런 미담은 그만 보는 게 맞지 않나”, “사측도 치워줬다는 미담이 아니라, 사고 당시 화물칸 문이 왜 열렸는지 경위를 전달했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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