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매각중인데 아침7시 대표 ‘생일파티’…크레인으로 음식 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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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8월 23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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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매각이 진행 중인 전남 해남의 중견 조선업체 대한조선에서 대표의 생일 파티를 위해 직원들이 대거 투입되고, 크레인까지 동원된 사실이 알려졌다.

23일 KBS와 대한조선 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7시 대한조선 정모 대표의 생일 파티가 열렸다. 평소 업무 시작 시간보다 1시간 앞서 열린 이 생일 파티는 건조 중인 선박 선실 식당에서 진행됐다.

파티에는 생산직과 간부 직원 등이 참석해 “사랑하는 사장님,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고, 축하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생일 파티를 위해 수일간 배 안을 청소했으며, 파티 전날에는 담당이 아닌 부서원들까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생일 파티를 위해 전날 오후 관리자들까지 투입돼 땡볕에 달궈진 선내를 치우고 냉방 시설을 설치했다”며 “새벽부터 생일 파티 음식을 준비한 영양사들은 현장에서 편지까지 읽으며 대표의 생일을 축하했다”고 주장했다.

파티 당일엔 20인분의 음식과 물품을 옮기기 위해 조선소 크레인도 동원됐다. 배 바닥에서 선실 식당까지는 약 28m로 건물 10층 높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대한조선 관계자는 “매일 현장을 점검하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해주는 사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생산부서장들이 주관해서 선박에서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당사자인 정 대표도 “제가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이런 행동은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며 “다음부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직원들에게 이야기하고 저도 조심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회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표 생일 파티는 부적절했다”는 입장이다. 한 직원은 “회사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직원들이 다들 불안해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선상에서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KBS에 말했다. 대한조선은 2009년 경영 부실로 재무구조 개선(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13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아 매각 작업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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