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에서 20대 여성 직원에게 점심시간마다 밥을 짓게 하고 화장실 수건을 빨아오게 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내린 사실이 알려졌다.
23일 MBC에 따르면 전북 남원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서 근무하던 A 씨는 점심시간마다 탕비실에서 밥을 짓고 동료 직원들의 점심을 준비했다.
A 씨는 “반찬을 매달 주문하고 밥 준비는 항상 여직원들이 해왔다”며 “인수인계해주시던 직원분께서 쌀을 어떻게 짓는지, 4명이서 먹으니까 밥은 몇 컵 넣고 물 조절, 몇 시까지 밥을 해놓는 지 (등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점심을 위한 밥 짓기는 본업만큼 중요한 일이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지점장으로부터 ‘밥이 왜 이렇게 질게 됐냐’며 평가도 받았고 냉장고 정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핀잔을 듣기도 했다.
점심 준비 이외에 A 씨는 남녀 화장실에 비치하는 수건을 집에서 세탁해오라는 지시까지 받았다. A 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너무 선을 넘는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부당함을 느낀 A 씨는 ‘수건을 쓴 사람이 세탁하자’고 제안했지만 한 여성 상사는 “남자 직원들에게 ‘본인들이 쓴 거기 때문에 세탁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느냐”며 “집에서 세탁하든지 손으로 빨면 되는 거지”라고 말했다.
해당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주위 상사들이 설거지하고 밥도 더 많이 짓고 찌개도 끓였는데 우리가 본인한테 얼마큼 잘해주고 그런 이야기는 안 했느냐”며 “같이 먹으면 설거지 안 시키면 잘 해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에서 직원에게 점심을 준비시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는 부산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하던 한 여성 직원이 ‘더는 못 하겠다’고 밝힌 뒤 퇴사 강요를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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