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긴급조치 9호 불법, 국가 배상해야”…7년만에 원심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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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8월 30일 14시 44분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배석해 있다.  2022.8.30/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배석해 있다. 2022.8.30/뉴스1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 발령한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일 뿐만 아니라 민사적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는 당시 체포·처벌·구금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0일 A 씨 등 71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9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물론, 그에 따른 강제 수사와 공소 제기(기소), 유죄 판결의 선고를 통해 현실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경우 긴급조치 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긴급조치 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1975년 5월 제정된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거나 개정이나 폐지를 주장·청원·선동·선전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했다.

이후 2013년 3월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9호를 위헌 결정했고 같은 해 대법원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해당 법령을 위헌·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긴급조치 9호’의 피해자들은 2013년 9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여도 국가에 민사상 배상책임을 물 수 없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를 들어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2015년 3월 대법원은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로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또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이날 긴급조치 9호로 인해 처벌받은 피해자들에게 국가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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