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입니다. 무슨 일이세요?” “네, 여기 XX 육교 근처에 있는 모텔인데요, 자장면 두 그릇 갖다 주세요.” “자장면이요? 혹시 남자친구한테 맞았어요?” “네.” “자장면 집이라고 말하면서 저한테 말하시면 돼요.”
2018년 2월 경기남부경찰청으로 걸려온 신고 전화다. 당시 신고자 A 씨는 모텔에서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한 뒤 중국집에 전화하는 척, 이렇게 경찰에 신고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다행히 A 씨에겐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위험 상황에서 이러한 대화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땐 112로 신고한 뒤 숫자 버튼만 ‘똑똑’ 누르면 된다.
13일 경찰청은 말 없는 112 신고 ‘똑똑’ 캠페인을 알리는 홍보 영상과 게시물을 공식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똑똑’ 신고는 가정 폭력이나 데이트 폭력 등 현장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있어 말로 신고하기 어려운 경우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안이다.
신고자는 112에 전화를 건 뒤 경찰관의 안내에 따라 숫자 버튼을 ‘똑똑’ 누르기만 하면 말하기 힘든 상황임을 알릴 수 있다.
‘똑똑’ 소리를 들은 경찰은 ‘말 없는 112 신고’ 임을 확인한 뒤 신고자의 카메라로 현장을 볼 수 있는 ‘보이는 112’ 링크를 발송한다.
신고자가 링크를 클릭하면 신고자의 위치 및 현장 영상 등이 112 상황실로 전송된다. 경찰과 피해자 간 비밀 채팅도 가능하다.
경찰은 이 같은 신고를 위급 상황 신고 방식의 하나로 공식화하고, 전국 112 상황실 요원 4800여 명에게 교육했다.
경찰은 오프라인 전광판 등을 활용해 ‘똑똑’ 캠페인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위급 상황이 오면) 숫자 버튼을 똑똑 눌러 말하기 곤란한 상황임을 알려 달라”며 “(그러면) 실시간으로 신고 현장을 보며 정확한 초동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 듣고, 잘 보고, 잘 찾는 똑똑한 112, 더 작은 국민의 목소리까지 경청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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