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16일 문 전 대통령이 2015년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1000만 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사상 또는 이념에 대한 의견 내지 입장 표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고 전 이사장이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것이 사유재산제도 부정, 생산수단의 사회 구성원 공유 등 공산주의 체제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주장하거나 북한의 체제 또는 주의·주장을 지지·추종하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공적 인물인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교환과 논쟁을 통한 검증과정의 일환으로 보여야 하고 이를 문 전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앞서 고 전 이사장은 방문진 감사로 있던 2013년 1월 한 보수단체 신년 행사에 참석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로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람들 전부 공산주의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으로 당시 변호인이었던 문 전 대통령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며 “노무현 정권의 청와대 부산 인맥은 전부 공산주의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서 문 전 대통령 역시 공산주의자”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9월 “아무 근거 없이 허위 사실을 공표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고 전 이사장은 2월 같은 내용의 형사 사건에서 최종 무죄 판결받았다. 대법원은 ‘공산주의자’ 발언이 사상 또는 이념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인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건을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
- 좋아요
- 0개
-
- 슬퍼요
- 0개
-
- 화나요
- 0개
-
- 추천해요
- 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