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 대통령 “남북 합의, 정부 바뀌어도 이행돼야 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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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9월 18일 12시 31분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문재인 전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4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한순간도 포기할 수 없는 겨레의 숙원”이라며 “정부가 바뀌어도 (남북 간 합의는)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돼야 할 약속”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공식적으로 대북 관련 메시지를 낸 건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를 하루 앞둔 18일 공개된 서면 축사에서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이고 신뢰는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 간 합의에 대해 “4년 전 오늘,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8000만 겨레 앞에 엄숙히 약속했다”며 “반목과 대립, 적대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만방에 알렸고, 남북군사합의서를 부속합의서로 채택해 하늘과 땅, 바다 어디에서든 군사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특히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며 “남과 북이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에 합의하며 비핵화로 가는 실질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또한 남과 북이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에 입각해 다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경제 공동체, 생명 공동체로 나아가겠다는 지향을 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은) 과거부터 이뤄낸 남북 합의들의 결집체”라며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진전시키고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로 나아가는 역사적 이정표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쉽게도, 이듬해 2월에 열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교착되었고 남북과 북미 간 대화에서 더 이상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한반도에 평화를 제도화하는 것, 지속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절감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민족 생존과 번영의 길이며 세계 평화와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길”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평화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으며 그 누구도 대신 만들어 주지 않는다”며 “우리 스스로 한반도 평화를 일구는 주도자가 되어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야만 한 걸음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내고,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평화의 길을 개척했던 경험을 거울삼아야 한다”며 “여전히 불신의 벽이 높고 외교안보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이지만, 우리가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주도적 입장에서 극복하고 헤쳐 나갈 때 비로소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며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다. 신뢰는 남북 간에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합의 준수를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 나갈 때 신뢰가 쌓일 것”이라며 “(그러면) 한 걸음 더 나아간 대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사상 최초로 능라도경기장의 15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연설했던 그날의 벅찬 감동이 다시금 떠오르는 오늘”이라며 “5000년 역사를 가진 단일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 미래를 염원하며, 분단을 넘어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하루 속히 열리길 소망한다. 그날을 위하여 남과 북이 한마음으로 평양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살리고 계승시켜 나가길 고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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