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지방으로 향하는 승객을 도운 고속버스 기사의 사연이 전해졌다.
27일 버스 기사 A 씨는 이날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겪은 일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했다. 그는 당시 경기 안성 방향으로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이때 중년 여성 B 씨가 급하게 버스로 뛰어왔다.
B 씨는 숨을 급하게 몰아쉬며 “기사님, 제가 10시 30분 차인데 이 차를 꼭 타야 한다”며 빈자리가 있는지 물었다. 10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 티켓을 끊었지만 30분 먼저 출발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A 씨가 좌석 상황판을 살펴보니 좌석은 매진된 상태였다. A 씨는 “기다리다가 안 오는 승객이 있으면 당겨 탈 수 있으니 기다려보라”고 했다.
B 씨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어머니가 쓰러지셨는데 현재 병원에서 의식 불명 상태라고 한다”며 “이 버스를 꼭 타야 한다”고 호소했다. B 씨의 버스 티켓은 얼마나 손에 꼭 쥐고 있었는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완전히 구겨져 있었다고 한다.
좌석 상황판만 지켜보던 A 씨는 출발 3분 전 우연히 한자리가 취소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그는 재빠르게 B 씨의 티켓을 낚아채 왼손으로는 버스 단말기의 ‘당겨 타기’ 버튼을 누르고, 오른손으로는 티켓을 스캔해 취소 좌석을 잡았다.
B 씨는 순간 놀란 기색이었지만 이내 감사하다며 버스에 올랐다. A 씨는 버스에 이미 승객들이 다 탄 것을 확인하고 출발 시각보다 1분 빨리 터미널을 빠져나갔다.
B 씨가 버스에 타서도 “목적지까지 얼마나 걸릴까요?”라며 안절부절못하자, A 씨는 “1시간 정도 걸리니까 잠시라도 쉬고 계세요”라고 다독였다.
그러나 고속도로 정체로 예상 시간보다 10분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B 씨는 A 씨에게 감사의 말을 건넨 뒤 버스에서 내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승용차로 옮겨탔다.
A 씨는 사연을 전하면서 “승객의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는 말을 듣고부터 저도 덩달아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분의 찌그러진 티켓만 봐도 조급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며 “부디 기적이 일어나서 어머님의 웃는 얼굴을 보셨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기사님의 배려에 감사하다”, “같이 마음 졸였다. 좋은 일 하셨다”, “부디 아무 일 없으시길”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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