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3명이 사망했다고 러시아는 밝혔다.
8일(현지시간) 타스·AF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잠정 조사 결과 3명이 사망했다”며 이들 중 2명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말했다. 수습한 시신은 남녀 1명씩으로, 폭발한 트럭 주변을 지나던 차량 승객인 것으로 조사위는 추정했다.
조사위는 사망자 중 나머지 1명의 신원이나 폭발한 트럭 운전자의 상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조사위는 트럭 소유주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에 있는 그의 거주지에 대한 수색과 함께 트럭의 이동 경로 등 세부사항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국가 반(反)테러위원회는 이날 오전 6시 7분경 크림대교의 차량용 교량을 지나던 트럭에 실린 폭탄이 폭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고로 차량용 교량 일부가 붕괴됐고, 옆의 철도 교량에서 석유를 싣고 크림반도로 향하던 화물열차로 불이 옮겨붙으면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철도 교량 수십m 구간의 구조물이 불탔으며 철로 자체는 붕괴하지 않았다.
러시아 교통부는 손상되지 않은 방향 교량으로 차량 통행이 곧 재개될 것이라며 차량들이 한 개 방향 교량을 이용해 교대로 통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철도 통행은 이날 오후 8시 재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크림대교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점령한 후 2500억 루블(약 5조7000억 원)을 들여 2018년 개통한 18㎞ 길이의 다리로, 이번 전쟁 기간 러시아의 핵심 보급로로 이용돼 왔다. 병력과 장비가 우크라이나 남부로 이동하는 주요 통로로 전술적·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다. 이번 사고 이후 크림반도에 대한 연료 및 식료품 보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크림대교 폭발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실질적·상징적으로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림대교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개통식을 주재했을 정도로 정치적인 성과로 여겨왔던 곳인 만큼, 이번 폭발로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폭발의 배후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러시아 내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 사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폭발이 일어난 트럭이 러시아에서 왔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고, 러시아 내에서도 폭탄을 실은 트럭이 크림대교 진입 전 엑스레이(X-ray) 검사를 무사히 통과한 점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크림대교 폭발로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와 국민들은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민들은 크림대교 폭발이 그려진 그림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며 기뻐했다. 우크라이나 우정본부는 “크림대교, 정확하게는 크림대교였던 것의 기념우표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의 생일 이튿날 발생한 폭발을 축하한 듯한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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