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의 기습으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중학생 김모 군이 포항시가 지급하는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15세 미만 상해사망 보험계약을 금지하는 상법상 규정 때문이다.
8일 채널A 취재에 따르면 시민안전보험에 가입한 포항시는 지난달 6일 힌남노로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에서 숨진 10명의 시민안전보험을 청구했다.
시는 앞서 재난과 감염병, 대중교통 사고 등으로 피해를 본 시민 부담을 덜기 위해 시민안전보험에 가입했다. 이에 상해사망 유족에게는 보험금이 최대 2000만 원까지 지급된다.
그런데 사고 당시 만 14세였던 김 군의 유족에게는 상법상 ‘15세 미만 상해사망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규정 때문에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저희도 법에 벗어나서 좀 더 해드릴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게 (보험) 계약을 맺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해당 규정은 보험금을 노리고 미성년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범죄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지난 세월호 참사 때도 해당 규정 탓에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예외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대 국회 때 ‘15세 미만자’를 삭제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6일 김 군은 어머니 김모 씨(52)와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김 씨는 차를 빼기 위해 차에 탔다가 급격히 불어난 빗물에 차 문을 열지 못하고 안에 갇혔다. 이에 김 군이 밖에서 차 문을 열고 김 씨를 빼냈다. 그 사이 지하주차장의 수위는 가슴까지 차올랐다.
어깨가 불편하고 수영을 못하는 김 씨는 급박한 상황에서 “너라도 살아서 나가야 한다”며 김 군을 설득했다. 김 군 아버지에 따르면 당시 김 씨는 ‘나는 여기 남아서 생을 마감한다’고 생각하고 김 군을 내보냈다고 한다.
김 군은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입구 쪽으로 향했다. 김 씨는 에어포켓 (산소가 남은 공간)에서 약 14시간을 버티며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김 군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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