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의식 잃은 버스…차 수리 각오하고 막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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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0월 12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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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사고 버스에서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다. (충남경찰청 제공)
경찰이 사고 버스에서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다. (충남경찰청 제공)
버스 운전기사가 의식을 잃은 채 고속도로를 달리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뒤따르던 버스가 이를 추월해 막아 세워 추가 사고를 예방했다.

12일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5분경 버스를 몰고 충남 보령시 남포면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향 무창포 졸음쉼터 인근을 지나던 신모 씨(43)는 앞서가던 버스가 비상등을 켠 채 갓길 쪽으로 치우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을 목격했다.

이 버스는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주행했다. 이대로 두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 신 씨는 앞서가던 버스 옆에 붙어 비상상황에 대비하다가 결국 추월해 앞을 가로막아 스스로 부딪히면서 문제의 버스를 멈추게 했다.

신 씨가 곧바로 해당 차량으로 달려갔을 당시 30대 운전기사 A 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다. A 씨는 구급차로 이송되면서 의식을 되찾았다. 병원 검사 결과 A 씨는 뇌에 종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두 버스에는 운전기사인 신 씨와 A 씨만 타고 있었고 다른 승객은 없어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만 버스를 세우는 과정에서 신 씨가 타고 있던 차량이 일부 부서졌고, 신 씨는 차 수리 기간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래도 신 씨는 “차가 망가지는 것쯤이야 사람이 죽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며 “무조건 세워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본능처럼 추월했다. 나 아닌 누구라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순찰대 관계자는 “신 씨에게 충남경찰청장 감사장 수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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