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짠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에는 하루 종일 100원도 안 쓰는 이른바 ‘무지출 챌린지’로 불리는 극단적인 소비 줄이기에 나선 이들도 있다. 다만 출퇴근 시 교통비 등은 쓰지 않을 수 없기에 최대폭으로 할인받는 게 최선이다. 이에 기자는 지난달부터 손·발품을 팔아 하루 최대 900원의 교통비를 돌려받을 수 있는 알뜰교통카드를 직접 사용해봤다.
알뜰교통카드는 최근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짠테크로 1억여 원을 모았다는 20대 여성이 노하우 중 하나로 알뜰교통카드 앱을 언급하면서다. 이 여성은 교통비를 할인받기 위해 한 정거장 전에서 내린 뒤 걸어간다고 했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최대 800m)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해 지급한다. 여기에 카드사의 추가할인 혜택을 포함하면 교통비를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
발급·사용법 번거롭지만…쌓이는 마일리지에 ‘뿌듯’
교통비를 돌려받기 위해선 선불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거나 후불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기자는 지난달 19일 A 은행에서 후불카드를 신청했다. 또 알뜰교통카드 앱을 설치한 뒤 회원가입도 진행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최근 1개월 이내 발급된 주민등록등본이다. 주민등록상 주소지의 지자체 예산으로 지급되는 탓에 주소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카드 발급부터 앱 설치, 주소지 확인까지는 사흘이 소요됐다.
마일리지는 대중교통 이용 전·후에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지급된다. 대중교통 요금(편도)이 △2000원 미만일 경우에는 최대 250원 △2000~3000원 미만은 최대 350원 △3000원 이상은 최대 450원의 마일리지가 적립된다. 또 발품뿐만 아니라 이른바 ‘손품’까지 팔아야 한다. 출발지에서는 앱에 있는 ‘출발’ 버튼을, 도착한 뒤에는 ‘도착’ 버튼을 눌러야 적립되기 때문이다.
요금당 최대 마일리지를 받기 위해선 출발지에서 정류장까지, 하차한 정류장에서 도착지까지 합산한 거리가 800m 이상 돼야 한다. 환승 거리는 포함되지 않는다. 출퇴근 시 편도 요금이 3000원 이상인 기자는 하루 최대인 900원의 마일리지를 채우기 위해 기존에 하차하는 정류장보다 한 정거장 전에서 내리는 것을 택했다. 800m는 약 1300~1500걸음으로 10분 정도만 걸으면 됐다.
이렇게 한 달간 쌓은 마일리지는 월초(5~9일)에 환급된다. 기자가 9월 22~30일까지 마일리지를 13회 적립한 후 돌려받은 액수는 5450원이다. 지난달 1~31일까지는 42회 적립으로 1만7600원의 마일리지를 쌓았다. 여기에 카드사 실적을 충족해 교통비의 10%를 더 할인받을 것으로 보인다. 출발 버튼을 누르는 게 익숙하지 않아 마일리지를 받지 못한 날도 있었다. 앱을 통해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마일리지를 쌓을 수 없다.
“돈 아끼고 운동까지” 실사용자 반응 긍정적
교통비 할인에 걷기 운동까지 장려하는 알뜰교통카드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실제 사용자들은 “10분 정도 일찍 나오면 운동도 되고 교통비도 아낄 수 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커피 몇 잔 값을 손품으로 충당하고 있다” 등의 반응을 내보였다. “서울로 학원을 다니면서 교통비가 버거웠는데 한 달에 만 원 이상 돌려받으니까 좋더라”면서 “매번 버튼을 누르는 게 귀찮지만 땅 파면 100원도 안 나오는데 이 정도쯤이야”라고 추천한 대학생도 있다.
수원에서 기흥으로 출퇴근하며 지난해 4월부터 사용 중이라는 이 씨(34)는 “한 달에 버스 요금으로 약 6~7만 원이 드는데 이 가운데 매달 약 1만 원씩을 돌려받고 있다”며 “처음에는 출발할 때마다 앱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게 번거로웠는데 이제는 적응이 된 상태”라고 했다. 이어 “앱에 표시되는 나의 활동 카테고리에서 경제적·환경적·사회적·신체건강 편익 등에서 수십만 원이 절약됐다는 걸 볼 때 뿌듯하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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