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부상을 부친상으로 속여 동료와 주민들로부터 2000여만 원의 부의금을 챙겼다가 파면된 구청 공무원을 두고 처분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전직 공무원 A 씨가 소속 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파면 및 징계부가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일하던 A 씨는 지난해 1월 내부 직원 게시판에 부친상 부고를 올렸다. 이에 전·현직 동료들이 부의금을 냈고, 일부는 지방에 차려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낸 지역 주민들에게도 부고를 알려 부의금을 받았다. A 씨가 장례를 통해 받은 부의금은 2479만 원이다.
하지만 장례가 끝난 뒤 한 동료가 ‘A 씨 모친은 2010년 사망했는데 장례식장에 고인의 배우자가 있는 게 이상하다’고 감사담당관실에 알리면서 그에 대한 감사가 시작됐다. 감사 결과, 고인은 A 씨의 부친이 아닌 숙부였다. 서울시 인사위원회는 A 씨를 파면하고 7437만 원의 징계부가금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올해 4월 구청장을 상대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징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소송을 냈다. 그는 또 부의금 일부인 약 1800만 원을 돌려줬고,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의고 숙부와 가깝게 지내왔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파면은 징계 처분 중 가장 무거운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A 씨의 행동이 잘못된 것은 맞지만 그가 숙부의 장례비를 부담하는 등 고려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추가 불이익이 동반되는 ‘파면’까지 이르는 것은 과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행정 소송 외에도 구청으로부터 고발당한 A 씨는 서울동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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