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파트 이웃에게 층간소음을 항의하던 중 윗집 아이들에게 위협적인 말을 한 주민이 아동학대 유죄 판결을 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연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20년 4월 10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윗집 주민 B 씨를 만나 층간소음 문제로 항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B 씨의 두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 씨는 B 씨의 4세 자녀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대고 “너 요즘 왜 이렇게 시끄러워? 너 엄청 뛰어다니지?”라고 말했다.
B 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나가려고 했고 A 씨는 문을 가로막은 뒤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B 씨를 벽으로 밀쳤다. 이 모습을 본 B 씨의 7세 자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조사 결과 A 씨는 이전에도 B 씨에게 층간소음 문제로 항의한 바 있다. 항의 방문 당일에도 A 씨는 B 씨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자 이같은 행동을 했으며 폭행치상죄가 인정돼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확정받았다.
A 씨는 재판에서 “공소사실과 같은 행동을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는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고 고의도 없었다”며 “층간소음에 항의하면서 벌어진 일로 사회상규를 위반하지 않는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3심 모두 A 씨의 행동이 아동학대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아동인 피해자들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라며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들이 정서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이같은 판단을 유지했으며 대법원 역시 “원심이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을 확정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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