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연휴 부산의 한 빌라에서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웃주민이 본인이 복용하는 약물을 범행에 이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28일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25일 살인 혐의로 구속된 이웃 주민 A 씨(50대·여)가 금전적 이유로 범행을 벌였으며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는 약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2일 낮 12시 49분경 부산진구 양정동 한 빌라에서 40대 B 씨와 고교생 C 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C 양 방에는 원인 미상의 불이 자연적으로 꺼지기도 했으며 반려견도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중학생 D 군은 어머니와 누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 초기 외부침입 흔적이 없어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B 씨의 귀금속이 사라졌고 C 양의 휴대폰이 외부에서 발견되는 등 타살 정황이 발견됐다. 경찰은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2개월간 수사를 벌였고 지난 26일 구속했다.
부검 결과 숨진 모녀와 아들 D 군의 몸에서는 수면유도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 씨는 B 씨 집을 방문해 가족에게 음료를 줬는데 이 음료에서도 같은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A 씨가 처방받은 약 중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는 약을 음료에 넣은 뒤 B 씨 가족에게 건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씨는 해당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 씨 집에서 귀금속(시가 600만원 추정)이 사라진 점을 바탕으로 A 씨가 금품을 갈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귀금속의 행방은 아직 찾지 못했으며 경찰은 A 씨가 다른 지인에게 전달했거나 금은방 등에 팔아 처분했을 것으로 판단해 인근 금은방을 탐문하고 금속 탐지기로 주변을 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이 귀금속의 행방을 찾아 직접적인 증거 물품으로 제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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