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뜻밖의 조력자가 있었다. 12년 만에 우루과이에 복수한 가나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에서 포르투갈에 2-1 역전승했다.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깐, 대표팀은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 모여 초조한 마음으로 가나와 우루과이전의 결과를 지켜봤다.
후반 추가시간 8분이 주어진 경기에서 가나는 0-2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루과이는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 딱 1골이 더 필요했고, 마지막 총공세를 퍼부었다.
사실상 16강 진출 가능성이 없었지만 가나는 끈질기게 우루과이를 물고 늘어졌다. 오토 아도 가나 감독은 종료 1분을 남겨두고 선수를 교체하기까지 했다. 이른바 시간 끌기였다.
결국 가나가 우루과이에게 0-2로 패배한 덕분에, 한국은 16강 진출을 위한 마지막 ‘경우의 수’를 완성할 수 있었다.
가나와 우루과이의 악연은 지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8강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후반 교체돼 한국의 역전 소식을 듣고 벤치에서 울먹거리던 루이스 수아레스가 그 시작이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8강전에서 가나는 수아레스의 ‘신의 손’ 사건으로 인해 탈락했다. 당시 가나와 우루과이는 1-1 동점으로 연장전에 돌입했고 연장전 막바지에 가나 도미니카 아디이아가 시도한 헤더가 골문 안으로 향했다. 이 골이 들어갔다면 가나의 4강 진출이 유력했지만 수아레스는 이 볼을 고의로 손으로 막아냈다.
수아레스는 이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주고 바로 퇴장을 당했다. 하지만 가나 키커로 나선 아사모아 기안이 이 페널티킥을 실축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우루과이가 4-2로 앞서 4강에 올랐다.
4강 진출이 좌절된 가나는 12년 뒤 우루과이와 같은 조에 묶인 직후부터 복수를 다짐했다. 나나 아쿠포아도 가나 대통령은 “우리는 우루과이에 대한 복수를 12년 동안 기다려 왔다”며 “이번에는 수아레스의 ‘손’이 가나를 방해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나의 복수심에 불을 지핀 것은 수아레스였다. 가나 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수아레스는 12년 전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사과하지 않겠다. 난 당시에 레드카드를 받았다”며 “가나 선수가 페널티킥을 실축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내가 만약 가나 선수에게 부상을 입혔다면 사과를 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나는 이날 패배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우루과이의 16강 진출을 저지하며 복수에는 성공했다.
경기 종료 후 가나 수비수 아마티는 “팀원들에게 득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루과이도 지금 골이 필요하므로 우리가 갈 수 없다면, 그들도 가지 못하도록 수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우루과이가 16강에 못 가는 것이 중요하냐는 물음에 아마티는 “나에게 있어서 그렇다”는 답변을 내놨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이번 대회가 수아레스에게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가나 국민들은 수아레스의 마지막이 불행으로 끝난 것을 기뻐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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