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없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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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2월 12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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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했다.

12일 길병원은 이달 초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소아청소년과 입원 병동 가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소아청소년 환자의 입원 진료는 불가능하지만, 외래 진료와 소아응급실 운영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길병원에는 총 7명의 전문의가 있는데 이 중 1명은 해외연수 중이고, 나머지 6명이 신생아 중환자실, 소아응급실(7배드), 외래 진료를 보고 있다.

앞서 손동우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지난달 28일 지역 내 협력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 입원 중단 사실을 알렸다. 그는 “소아청소년과 4년 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2년 차 전공의 1명만 남게 된다”며 “입원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손 과장은 “인천권역 소아질환의 치료종결병원으로 역할하고자 노력해왔던 저희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걸 꾸짖으셔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무책임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저희도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외래에서 가능한 일반 검사나, 내시경·심초음파 등 특수 검사는 더 세밀하게 진행하겠다”며 “입원이 필요한 소아들은 다른 병원에 의뢰해 달라”고 말했다.

길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길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길병원은 최근 몇 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에서 충분한 인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내년 상반기에도 1년 차 전공의 4명을 모집하려 했으나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병원은 내년 3월 전까지 전문의나 입원전담전문의 모집을 통해 진료를 재개할 계획이다. 그전까지는 소아 응급환자 발생시 신속히 응급처치를 한 뒤 병동이 있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등에 전원할 방침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사태는 여타 대형병원도 마찬가지다. 대한병원협회(KHA)가 지난 7일 마감한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67곳의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는 전체 정원 201명의 16.4%(33명)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지원율(27.5%)보다 더 떨어진 수치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대구 역시 6개 대형병원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없어 병원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북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4명), 계명대 동산병원(4명), 영남대병원(3명), 대구가톨릭대병원(2명), 대구파티마병원(2명) 등 6개 병원의 전체 정원은 15명이지만 지원율은 0%를 기록했다.

서울 ‘빅5’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병원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1명 정원에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으며, 산하 8개 병원을 운영 중인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총 13명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자는 1명에 불과했다. 삼성서울병원은 6명 모집에 3명, 서울대병원은 14명 모집에 10명이 지원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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