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무료 배식한 ‘밥퍼’…2억 못내면 건물 철거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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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2월 22일 1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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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하루에 수백 명의 취약계층이 찾는 서울 동대문구 무료급식소 ‘밥퍼’가 철거 위기에 직면했다. 동대문구청은 밥퍼 건물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철거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 2억 원가량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밥퍼 측은 “서울시가 지은 건물이고 증축도 전임 구청장의 제안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밥퍼는 1989년 동대문구청의 허가를 받고 설치한 가건물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해왔다. 이후 2009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하수관로 공사를 위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맞은편 시유지에 새 건물을 지어줬다. 밥퍼는 2010년 2월부터 서울시가 지어준 현재의 가건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에는 당시 구청장의 제안에 따라 건물 증축 공사를 개시했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 서울시 담당 공무원이 밥퍼를 운영하는 다일복지재단 최일도 이사장을 불법증축 혐의로 고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 이사장은 지난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우린 구청 말이 다르고 시청 말이 달라서 피해를 본 순수 민간단체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전말을 알게 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 목사에게 사과하고 고발을 취하했다. 서울시와 밥퍼 측은 증축이 완료된 건물을 서울시 측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밥퍼 측은 지난 6월 구청으로부터 가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짓는 조건으로 신축 허가서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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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여름 불거졌다. 장마 기간 비를 막기 위해 증축물에 지붕을 올리면서 구청이 단속을 시작했다.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은 채 증축 공사를 했다는 이유다.

최 이사장은 채널A를 통해 “올해 여름에 또 비가 좀 많이 왔나. 그래서 오히려 서울시에서 지붕을 덮으세요(라고 했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이전 구청장 재임 때 건물 증축에 관한 협의를 마쳤으나 지난 7월 새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이를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구청은 무단 증축에 해당하는 만큼 단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구청은 재단 측에 무단 증축으로 인한 이행강제금 2억8300만 원을 부과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행강제금을 못 내면 밥퍼 건물은 강제 철거될 수 있다.

35년간 이어진 밥퍼가 철거될지 모른다는 소식에 자원봉사자와 이용객 800여 명은 철거 반대에 서명했다. 밥퍼 이용객은 “여기 와서 먹고, 집에 있을 때는 굶는다. 뭐, 서운하다. 설마 그렇게 (철거가) 될까. 안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일관성 없는 행정 처리에 취약계층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청은 강제 철거를 진행할 경우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이용객에게만 무료 도시락을 제공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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