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절도범 잡은 경찰, 되레 컵라면 끓여준 이유는?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12월 22일 1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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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여성, 혹한 겨울 속에 생계 어려워 절도
경찰, 딱한 사정에 생필품 전달

기사와 무관한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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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붙잡고 보니 이분 사정이 딱해서… 너무 배고파하길래 컵라면을 사서 데워주었어요.”

무인 편의점에서 상습적으로 생필품을 훔친 50대 여성을 붙잡은 경찰관이 이 여성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생필품을 사서 전달했다.

A 씨는 이달 초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한 무인 편의점에서 9일간 라면이나 음료 등 생필품을 계산하지 않고 몰래 챙겼다. A 씨는 16차례에 걸쳐 총 8만 원어치를 가져갔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 B 씨는 주변 폐쇄회로(CC)TV를 추적해 인근 고시원에 사는 A 씨를 검거했다.

알고 보니 A 씨는 정신장애를 앓는 60대 남편과 5㎡(약 1.5평) 규모의 좁은 고시원에 살고 있었다. 돈이 거의 없었던 이들 부부는 추운 겨울에도 난방조차 못 하고 지냈다.

고시원이 좁아 남편 C 씨는 작은 고시원 안에서 잠을 자고 아내 A 씨는 고시원 밖 복도에서 잠을 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B 씨는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부부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남편 C 씨는 장애 3급이었다”라며 “경제적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배가 고프니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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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거워진 B 씨 등 담당 형사팀은 범행 추궁에 앞서 컵라면을 끓여주면서 당장 A 씨 부부의 끼니를 챙겼다.

경찰조사를 마친 뒤에도 고시원 복도에서 자는 사정 등을 듣고 여러 물품을 구매하여 챙겨주었다.

관할 주민센터에도 이들에 대한 생계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경찰 B 씨는 “도움을 주기 위해 행정 기관에 연락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복지센터에 대책 마련을 해달라고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B 씨는 기사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해당 복지센터 측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 지원을 할 방법이 있는지 이른 시일 안에 알아보겠다”고 했다.

다만 절도 피해가 발생한 만큼 A 씨를 입건하는 등 사법처리는 이뤄질 예정이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생계형 범죄라고 할 수 있는 10만 원 이하의 소액 절도 범죄는 전체 절도 건의 26.7%를 차지했고, 2020년 32.2%, 지난해 36.9%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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