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소방당국 현장 지휘책임자였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당시 최 서장의 부실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결론 내렸다.
22일 특수본 관계자는 “최 서장의 부실한 구조 지휘가 피해 확산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소방당국 근무기록과 현장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최 서장이 현장에 도착한 오후 10시 28분부터 지휘권을 선언한 오후 11시 8분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최 서장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에는 이미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사상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특수본은 최 서장이 40분간 무전을 듣고 이모 현장지휘팀장과 대화하는 것 외에 별다른 현장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특수본은 사고 당일 오후 11시 7분경 이미 서울시소방재난본부의 상황보고서에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기재됐고, 소방 내부 단체 대화방에도 이 같은 내용이 보고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최 서장이 적절한 소방 대응 단계를 발령하지 않은 것으로 특수본은 의심하고 있다.
당시 소방 대응 1단계는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이 오후 10시 43분에 발령했다. 10명 이상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 발령하는 대응 2단계는 자치구 긴급구조통제단장인 용산소방서장도 발령할 수 있으나 당시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오후 11시 13분에 발령했다.
특수본은 오후 11시 22분 인파 끼임이 완전히 풀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서장이 대응 단계 발령 등 지휘를 제대로 했다면 이 시각을 앞당길 수 있었다는 게 특수본 판단이다.
특수본은 당시 현장에 끼어있는 인파를 한 명씩 빼낼 때 전문가에 의한 심폐소생술(CPR)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고, 응급환자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소방당국 책임이 있다고 봤다.
또 소방당국의 구호조치가 경찰보다 늦은 데는 최 서장 등 지휘부 책임이 크다고 특수본은 보고 있다. 실제 참사 발생 직후인 오후 10시 18분경 구조에 나선 것은 소방당국이 아닌 경찰이었다. 현장 인근에 있던 경찰관들은 이태원역 쪽에서 인파에 깔린 시민들을 한 명씩 빼내려고 시도했다. 경찰은 인명구조가 여의치 않자 오후 10시 27분경 세계음식거리 쪽으로 돌아들어 가 대열 뒤편에서 구조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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