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청소하는 환경공무관(옛 환경미화원) A 씨는 빗자루로 거리를 쓸다가 찌그러진 100원짜리 동전을 주워 작업복 주머니에 넣었다. 새벽 작업을 마치고 공무관 휴게실로 돌아온 A 씨는 주운 100원짜리 동전을 휴게실 입구에 있는 돼지저금통에 넣었다. 먼저 복귀한 다른 환경공무관들도 동전을 넣었는지, A 씨에게 저금통의 무게는 더욱 묵직하게 느껴졌다.
서울 중구는 구청 환경공무관들이 그간 청소하는 과정에서 주운 동전 약 86만 원과 사비로 모은 207만 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28일 김길성 중구청장에게 전달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이 그간 기부한 돈은 주운 돈 880만 원과 개인 성금 1220만 원 등 총 2100만 원에 달한다.
중구에 따르면 환경공무관들은 2014년부터 거리의 동전을 모았다. 이들은 거리를 청소하다가 100원짜리 동전을 곧잘 발견하곤 했는데, 동전을 모아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보자는 아이디어가 시작이었다. 이후 공무관 휴게실 다섯 곳에는 돼지저금통이 놓였다.
조흥래 환경공무관노조 중구지부장은 “‘냇물이 흘러 강이 되는 것처럼 동전 하나 하나는 푼돈일지 모르겠지만, 모이면 큰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좋은 곳에 사용하면 의미가 있지 않겠나’라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환경공무관들은 돼지저금통에 있는 동전만을 기탁하다가 개인 회비를 더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일부 환경공무관들의 뜻을 받아들인 것. 한 환경공무관은 퇴직을 앞두고 10만 원의 성금을 냈다.
조 지부장은 “많은 돈을 내야만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환경공무관들도 서민이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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