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를 살해해 시신을 옷장에 숨기고, 전 동거녀도 살해해 시신을 하천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4일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강도살인과 살인, 사체유기 및 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기영을 이날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기영에겐 전 동거녀와 택시기사에 대한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만 적용됐으나 택시기사를 살해할 당시 이기영의 재정 문제 등 전반적인 정황을 토대로 강도살인 혐의가 추가됐다.
이기영은 이날 오전 9시경 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산동부경찰서 정문 앞에서 포토라인에 선 이기영은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어 ‘무엇이 죄송하냐’는 추가 물음엔 “살인해서 죄송하다”고 대답했다. 이기영은 ‘추가 피해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한 뒤 경찰 호송차량에 올랐다.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뒤 공식적으로 언론에 처음 노출된 이기영의 얼굴에 관심이 쏠렸으나, 이기영은 앞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와 같이 마스크를 쓰고 패딩 모자를 뒤집어써서 눈을 제외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이기영은 이날 ‘얼굴을 왜 가렸느냐’ ‘마스크를 벗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이나 ‘시신 유기 장소 진술을 왜 번복했느냐’는 등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고, 호송차에 올라타서도 내내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기영은 지난해 12월 음주운전으로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60대 택시기사를 집으로 데려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보다 넉 달 앞선 지난해 8월에는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매장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뒤에도 전 동거녀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전날 오후 시신의 매장지로 추정되는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인 데 이어 이날도 수색을 재개한다.
경찰은 전날 이기영의 파주시 집 등에서 확보한 혈흔과 머리카락 등에서 남성 1명, 여성 3명의 유전자(DNA)가 나온 것과 관련해선 여러 증거와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범죄 피해자가 추가로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사건을 넘겨받은 고양지청은 형사2부장(부장검사 정보영)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검찰 관계자는 “면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추가 범죄 유무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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