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대 청년이 생일날 또래 지인들에게 끌려가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생일빵’(생일 이벤트)이라는 명목으로 피해자를 결박한 채 몸에 불을 붙여 심한 화상을 입혔다.
5일 SBS에 따르면 박모 씨는 생일이었던 지난 2020년 7월 15일 어머니가 운영하던 노래방에서 일을 돕고 있었다.
그런데 밤늦은 시각, 알고 지낸 지 한두 달 정도 된 또래 청년들이 갑자기 박 씨를 찾아왔다. 이들은 ‘생일을 축하해주겠다’며 박 씨를 강제로 차에 태웠고, 인적 없는 어두운 공터로 끌고 갔다.
청년들은 박 씨 얼굴에 두건을 씌운 채 의자에 앉혔다. 이들은 박 씨의 양팔과 발목을 의자에 묶더니 주변에 휘발유를 뿌렸다. 그리고는 박 씨 무릎에 폭죽을 올려놓고 불을 붙였다.
폭죽 불꽃이 휘발유에 떨어지며 순식간에 박 씨에게도 불이 옮겨붙었다. 박 씨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의자에 앉은 채 뒤로 넘어졌다. 박 씨는 119를 불러달라며 울부짖었지만, 가해자들은 구급차가 쉽게 찾아올 수 없는 곳이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결국 박 씨는 전신 40%에 달하는 부위에 3도 화상을 입었다. 박 씨는 “너무 뜨겁고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땅에) 자빠졌다. 가해자들은 묶여 있는 사람보고 그냥 구르라더라. 그냥 계속 타고 있었다.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해자들은 초범이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박 씨는 엄벌을 원했지만, 피부이식수술에 재건 치료까지 받으며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에 가해자들과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박 씨가 부담한 치료비는 합의금의 두 배가 넘는 1억여 원. 박 씨의 어머니는 “치료비라도 달라고 요구했지만 가해자 측은 돈이 없다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박 씨는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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