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그린 前NSC 선임보좌관 “美, 한일관계 악화에 위기의식 높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8일 03시 00분


화웨이 5G 대응 공조 균열 우려… 美, 日수출규제 사전에 파악 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갈등 문제를 당사국 간 문제라고 ‘관망’하던 입장에서 적극 ‘관여(engage)’로 정책기조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 미국 측은 직접적으로 구체적 중재안을 제시하는 개입(intervene) 대신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는 관여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사진)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갈등 악화가 미국의 전략적 군사적 경제적 국익과 상충한다는 미국 내 위기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 당사국 다음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미국이라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런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린 전 보좌관은 미국 측이 관여에 나선 이유 중의 하나로 “한미일 간의 균열은 중국에 대해 미 동맹국들의 협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5세대(5G) 이동통신에 대적할 수 있는 민간 차원의 대안은 삼성과 일본 NEC 간 5G 협력”이라며 “한일 갈등으로 이 협력 체계가 붕괴되면 (미국이 감당해야 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북 위협 대비 및 관련 조율 태세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사이버 테러,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한미일 3국 간 협력과 조율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방한이 바로 그런 계기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서는 “최근 접촉한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도 수출 규제 조치를 사전에 알지 못해 상당히 놀랐던 것으로 안다”며 “미일 정상 간 이와 관련한 사전 논의가 있었을 것이란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 대해 “과거 일본은 중국이 경제 보복조치를 외교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비판했다”며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그 같은 주장을 스스로 약화시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한국 대법원 판결과 별도로 한국 정부 차원의 한일 갈등 방지 및 대응 조치가 미흡했다는 시각이 워싱턴 안팎에서는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른바 ‘사법 자제’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한일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상황에도 우려했다. 지난달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방위상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어 일본 내 혐한 여론 때문에 뭇매를 맞은 일화를 소개하며 “이건 어처구니없는(ridiculous) 일”이라고 표현했다.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미국#트럼프#일본 경제보복#수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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