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목록) 한국 배제 등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결국은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며 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본이 일방적인 무역보복 조치로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설령 이익이 있다 해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지난 2일 일본 내각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결정 직후 최고조에 올랐던 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 강도에 비하면 다소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허가 강화 조치를 취한 이후 처음으로 그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허가하는 등 일본측에서 일부 전향적인 분위기가 엿보이는 상황과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일본이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하지만 지금까지 한 조치만으로도 양국 경제와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며 “자유무역 질서와 국제분업 구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조치로서 전 세계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자유무역 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이고 자국에 필요할 때는 자유무역주의를 적극 주장해온 나라이므로 이번 일본의 조치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국제적으로 고도의 분업체계 시대”라며 “나라마다 강점을 가진 분야가 있고 아닌 분야가 있는데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국제 자유무역 질서가 훼손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결국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되고, 일본의 기업들도 수요처를 잃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일본은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일본은 당초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이유로 내세웠다가 이후 전략물자 수출관리 미비 때문이라고 그때그때 말을 바꿨다”며 “그러니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주장과 달리 국제평가기관은 한국이 일본보다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훨씬 엄격하게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올해 평가에서 한국이 17위, 일본이 36위를 차지한 결과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변명을 어떻게 바꾸든 일본의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며 “이는 다른 주권국가 사법부의 판결을 경제문제와 연결시킨 것으로, 민주주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에도 위반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냉정하게 우리 경제를 돌아보고 우리 경제의 체질과 산업생태계를 개선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대책부터 시작해서 우리 부품·소재 산업의 국산화 등 경쟁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더욱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까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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