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에 “필요한 고급 제품을 한국에서 생산하거나 한국에 생산라인을 증설하겠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한국 수출길이 45일 넘게 막히자 직접 판로 확보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도쿄오카공업(TOK) 등 국내에 공장을 보유한 일본 부품소재 기업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미팅을 수차례 요청하는 등 영업전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국 대기업들이 소재 다변화 과정에서 수출 규제 대상이 아닌 품목까지 대체할까 봐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특히 한국 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자사 제품은 일본 정부의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TOK는 초고도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기 어려운 낮은 품질의 포토레지스트(PR·감광액)를 주로 국내에서 생산했는데, 앞으로 고품질 PR도 국내에서 생산하겠다고 했다”며 “한 달 넘게 소재 확보전을 펼치다가 오히려 영업 대상이 되니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재료를 일본에서 가져오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원재료 공급처를 바꾸는 일본 업체들도 있다”고 전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일본 기업들이 아베 신조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며 “한일 기업들이 관계 복원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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