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의 딸 조모 씨(28)는 한영외국어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8년 12월 소아병리학 관련 영어 논문을 썼다. 단국대 의대 교수와 박사 과정 대학원생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 논문은 이듬해 대한병리학회지에 등재됐다. 당시 17세이던 조 씨는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 씨가 논문 작성을 위한 실험에 참여한 기간은 2주였다. 고교생이 전문 학회지에 실린 의학 논문의 공저자인 것도 이례적인데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더욱 드문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고교생이 실험 설계와 결과 해석은 무리”
조 씨는 2005∼2006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2007년 한영외고 해외진학 프로그램(OSP·유학반)에 진학했다. 유학반은 해외 명문 대학 진학을 위한 커리큘럼을 별도로 운영하는데 학생들은 수험 준비 외에 다양한 스펙 쌓기를 병행한다. 조 씨는 2008년경 방학을 이용해 충남 천안시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 가서 논문 활동에 참여했다. 외고 측은 조 씨를 지도할 의대 교수에게 인턴십 목적이 입시를 위한 것임을 알렸다. 논문 제목은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으로,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을 앓는 신생아의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과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내용이었다.
동아일보가 병리학 전문가들에게 해당 논문 검토를 의뢰한 결과 “숙련된 연구원이면 일주일 정도면 가능한 실험이지만 실험 설계와 결과 해석은 고교생이 스스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논문의 전제가 된 산화질소의 생리적 역할이나 실험에서 실시한 PCR(중합효소 연쇄반응) 개념은 고교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B 교수는 “논문 작업이 분업화돼 1저자가 누군지 몰랐다. 고등학생이 무슨 장점이 있어서 그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조 씨는 논문이 등재된 뒤 1년이 지난 2010년 3월 고려대 이과계열에 수시전형으로 입학했다. 이후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 책임저자의 아들, 조 후보자의 딸과 고교 동문
조 씨가 1저자로 등재된 논문 관련 연구가 진행되던 2008년 1월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는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논문 저자의 기준은 △학술적 개념과 계획 혹은 자료 수집, 분석에 상당한 공헌을 하고 △논문을 작성하거나 중요한 내용을 수정하며 △출간될 원고를 최종 승인하는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가능하다.
조 씨는 고려대 수시전형 때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밝혔지만 기여도가 가장 높은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은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조 씨가 기여도에 비해 합당하지 않은 순번으로 논문에 등재됐고, 이를 입시에 활용했다면 해당 학교나 논문을 등재한 학회에 대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과 계열 특수목적고인 한영외고에 입학한 조 씨가 의대 연구소에서 인턴을 한 배경에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외고 진학생 중 이과 수업을 듣는 비율은 극히 드물다. 논문 연구를 지휘한 단국대 의대 A 교수는 조 씨와 같은 학년의 한영외고 동급생 아버지였다.
조 후보자 청문회 준비단은 “후보자의 딸이 한영외고 재학 중 기존에 없던 외고 인턴십 프로그램이 개설돼 친구와 함께 지원한 것으로 안다”면서 “후보자 부부가 외고 학부모 모임에서 논문 교수를 마주쳤을 수도 있지만 사적으로 만나거나 논문을 부탁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조 씨는 부산대 의전원에 재학 중이던 2016∼2018년 매 학기 200만 원씩 12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정치권에선 조 씨가 두 차례 유급했는데도 6학기에 걸쳐 장학금을 받은 것은 특혜라는 주장이 나왔다. 부산대 측은 “조 씨에게 지급된 장학금은 격려를 위한 장학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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