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일 홍콩 곳곳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반중 시위가 열렸다. 이날 오후 4시경 췬완 지역에서 고교생 쩡즈젠(曾志建·18)이 경찰의 실탄에 왼쪽 가슴을 맞아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6월 초부터 넉 달간 이어진 반중 시위 과정에서 총격 부상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때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듯 했던 홍콩 시위가 핏빛으로 얼룩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밍(明)보 등에 따르면 이날 경찰이 쏜 총탄은 쩡의 심장을 불과 3cm 벗어난 가슴을 정면으로 가격했다. 그는 피격 직후와 오후 8시경 두 차례 대수술을 받았지만 갈비뼈 파열 등으로 아직도 상당히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쩡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장면, 구조대원들이 그를 응급 처치하는 장면 등은 현지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경찰은 “시위대가 철 막대기 등을 들고 달려들어 방어 차원에서 발사했다”고 주장했지만 시민들은 10대 학생에게 실탄을 발포했다는 점에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쩡 외에도 이날 시위 현장에서 2명이 중상을 입었고 최소 5발의 실탄이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여러 차례 시위대에 경고 사격으로 위협했다는 증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날 도심 곳곳에 배치된 6000여 명의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며 시위대를 거세게 진압했다.
이날 시위대는 “홍콩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시위를 ‘애도의 날’로 명명했다.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오후 1시 코즈웨이베이에서 모여 “국가의 경사(國慶)는 없고, 국상(國¤)만 있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 희생자, 2017년 가석방 상태에서 숨진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등 수많은 사람이 중국에 의해 탄압받고 희생됐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자유를 위해 홍콩과 싸워 달라” “5대 요구안 전부 수용”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을 들고 완차이 지역으로 행진했다. 시위대의 5대 요구안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 조사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다.
일부 시위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초상화에 불을 붙여 태우고 짓밟았다. 홍콩 당국은 이날 췬먼, 마안산, 아일랜드라인 전체를 포함해 전체 91개 역사 중 36개 역사를 폐쇄했다. 주요 관광지에 위치한 25개 이상의 대형 쇼핑몰을 포함해 수 천 개의 점포도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이틀 동안 불법 집회 및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총 51명을 체포했고 96명은 폭동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 폭동죄는 홍콩법상 최대 10년의 징역이 내려진다. 경찰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우룽반도, 홍콩섬, 신계 전역에 폭동이 발생하고 있다. 시민들은 안전한 장소에 머무르고, 야외에 나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날 람 행정장관은 대표단 240명을 이끌고 베이징 열병식장에 등장했다. 그는 이날 내내 밝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홍콩 최고 부자로 시위대에 관용을 호소해온 리카싱 전 청쿵그룹 회장은 중국 당국의 요구에도 열병식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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