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4일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기술적으로 TEL(이동식발사대)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을 뒤집었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1일 정 실장의 ‘ICBM 발언’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TEL에 지지대를 받쳐서 발사했다”고 말했다.
이날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 장관에게 “북한이 2017년 발사한 ICBM은 무엇으로 발사했나. TEL로 발사했고, 국방부도 당시 TEL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며 정 실장이 ‘팩트’를 이야기하지 않았거나, 1일 국회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위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정 실장의 운영위 발언은 위증에 가깝다. TEL로 발사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렇게 기본적인 팩트가 틀릴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정 실장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정종섭 한국당 의원은 “정 실장이 북한은 ICBM을 TEL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제정신인가”라며 “군이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ICBM을 TEL로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난 2017년 다 밝혀진 것이고, 군은 이를 대비해왔는데 안 된다고 하면 제정신인가”라며 “군이라도 제정신을 차려서 안보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ICBM을 (TEL로) 발사할 수 있다면 (정 실장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며 “장관도 눈치만 보고 발언과 결을 (청와대와) 같이 하려고 애쓰는 것이 애국인지 한 번쯤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안보실장이 실수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팩트도 모르는 참모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실수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북한이 TEL을 이동해 TEL로 바로 발사한 것이 아니라 지상의 고정식 발사대나 지지대 등을 사용해 발사했다”며 “군은 이동식·고정식 발사대 여부를 떠나 북한의 움직임을 빠뜨리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TEL에서 ICBM을 발사할 수 있다고 군에서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0.00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북한이 ICBM을 TEL로 발사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대비 중이라고 밝혔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북한이) 이미 2017년도에 이동식 발사대를 발사 위치까지 운반해 그 자리에서 고정된 별도의 받침대를 이용해서 발사했다”며 “그 이후 2년 정도 경과됐기 때문에 군사 기술적인 노력이 지속돼 왔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지대 없이 TEL에서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의원들은 정 실장의 발언 이외에도 국방부의 내년도 예산도 문제 삼았다.
박맹우 한국당 의원은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 증액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방예산 증액률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며 “더불어민주당 정책 홍보물에서나 볼 법한 보도자료인데, 지난 정부를 폄훼하는 것이 국방부가 할 일인가”라고 따졌다.
박 의원은 “그렇게 편파적으로 과거 정부를 폄훼하는 자료를 냈지만, 국방예산의 증가율은 국가 예산 평균 증가율인 9.3%에 미치지 못하는 7.4%이다”며 “국방예산이 타 부처 예산 보다 홀대받는다고 해야지, 이런 보도자료를 내는 것이 옳은 국방 행정인가”라고 비판했다.
백승주 의원은 “내년 병사 봉급을 33% 인상한다는데, 선거 있는 해에만 봉급을 인상하는 데다, 민주당 국정자문위에서 만든 것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병사들을 하나의 포퓰리즘 대상으로 삼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과 2년 반 만에 우리 군은 민병대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한 것에 대해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말하는 것은 자신의 군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지휘관을 했고, 군을 사랑한다고 한 사람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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