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는 7일(현지 시간)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이라크 내 미군기지 중 알아사드 및 에르빌 기지 등 최소한 2곳이 십여 발 이상의 탄도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며 “이 미사일들은 이란이 발사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확인했다.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현장의 피해 상황에 대해 확인 중”이라며 “국방부는 우리의 파트너와 미국 인력을 지키기 위해 적절한 조치들을 취해왔다”며 “역내 미국 인력과 파트너, 동맹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벌어진 직후 백악관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고위 외교안보 인사들에게 관련 상황을 보고받았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상황을 보고받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국가안보팀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의회 지도부 인사들과 전화 통화를 갖고 상황을 브리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그는 7일 저녁 참모진과의 회의를 마친 뒤 트위터에 “괜찮다(All is well)”이라며 “사상자와 피해 규모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는 좋다(so far, so good)”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잘 무장된 가장 강력한 군을 보유하고 있다”며 “내일 아침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과 중동지역의 동맹 및 우방국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CNN과 폭스뉴스는 저녁 8시 반쯤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으나 이후 백악관은 이날 밤 성명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정정했다. 비슷한 시각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한 참모진이 백악관을 떠나는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워싱턴포스트와 AP통신 등은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까지 사상자는 없고 피해도 크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이 추가 공격을 예고하고 있어 향후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피해 규모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는 않으나 테헤란타임스 등 중동 언론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미사일 공격으로 80명이 넘는 미군이 사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미국 민항기가 걸프 지역과 이란, 이라크 영공에서 운항하는 것을 금지했다. 앞서 중동 지역에 추가 파병이 결정된 해군 및 해병대 4500명, 육군 82공수사단소속 특수부대 750명 등 9000명은 속속 이동을 진행 중이다.
의회에서는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위터에 “우리 군의 안전을 지키고 이란의 무력도발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며 “미국과 세계는 전쟁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상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메넨데스 의원도 성명을 내고 “미국인과 미국의 국가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 전개”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공화당의 리즈 체니 하원의원은 “이란인들의 이번 공격을 심각하게 오판한 것”이라며 “우리 병력을 향한 공격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것(이란의 공격)은 전쟁 행위”라며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대응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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