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8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측근을 한직인 고검 차장과 지방검사장으로 대거 좌천시키는 내용의 고검장 및 검사장 32명에 대한 승진 및 전보 인사를 13일자로 단행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 후 닷새 만에 속전속결로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강행한 것이다. 추 장관은 법무부장관이 검사 인사에 앞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으라고 규정한 검찰청법을 위반했다는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여권을 향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고위 간부들을 전보 조치했다. 윤 총장의 핵심 측근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전진 배치됐다.
법무부는 8일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부산고검 차장으로, 청와대의 2018년 6·13 지방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제주지검장으로 발령 냈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 각각 현 정부 출범 후 서울중앙지검장 2, 3 차장을 맡아 현 정부 적폐 수사를 총괄해던 사람들이어서 검찰 내부에서는 ‘토사구팽’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강남일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대전고검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이원석 대검기획조정부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좌천됐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급으로 승진 발령내면서도 비수사 보직인 법무연수원장으로 보임했다. 윤 총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수원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반면 노무현 정부 때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낸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했고, 노무현 정부 사정비시관실 행정관을 지낸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은 핵심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에 보임됐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자리에는 심재철 현 서울남부지검 1차장이 맡게 됐다.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에는 사법연수원 26기 3명, 27기 2명 등 총 5명이 승진했다.
검찰 내부에서 이른바 ‘수요 대학살’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에는 급격한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사는 검찰 사상 ‘굴욕’으로 여겨질 만큼 검찰총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윤 총장은 인사 직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인사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삼성 변호사 출신의 통영지청장을 지낸 유혁 변호사(52·사법연수원 26기)에 대한 신규 검사장 후보 인사안에 대해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외부위원 만장일치로 부결했다. 법무부는 인사위가 열리기 2시간 전에야 유 변호사에 대해 검찰국장 보직으로 경력 검사 신규 임용 면접을 진행했다.
장관석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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