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착취 동영상 제작물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이 텔레그램으로 손석희 JTBC 대표이사에게 접촉한 뒤 “가족을 살해할 수 있다”고 협박해 1000만 원가량을 뜯어낸 사실이 확인됐다. 조주빈은 또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게도 “항소심이 억울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며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N번방’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등에 따르면 조주빈은 지난해 손 대표에게 텔레그램으로 연락해 “김웅 전 기자로부터 사주를 받았다. 김웅이 ‘손 대표 가족에게 린치를 가해 달라’고 부탁해왔다”는 취지로 손 대표를 협박했다. 협박은 주로 손 대표의 가족을 향했다고 한다. 당시 김 전 기자는 손 대표와 분쟁을 빚고 있던 사이였다.
조주빈은 손 대표에게 자신을 흥신소 사장이라고 소개하면서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했다. 이어 “김 전 기자가 손 대표와 가족들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나에게 접근했다”고 손 대표를 속였다. 손 대표 측은 수 차례에 걸쳐 총 1000만 원가량을 조주빈 측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기자는 손 대표의 가족을 협박하기 위해 조주빈에게 사주한 일이 없는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조주빈은 또 윤 전 시장을 상대로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접근했다. 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주빈이 윤 전 시장에게 방송에 출연해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사기를 쳤다”고 했다. 윤 전 시장은 2018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50대 여성에게 속아 4억5000만 원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25일 조주빈은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손석희 사장, 윤장현 시장, 김웅 기자 등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조주빈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검사 9명 등 21명 규모의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이번 사건과 같은 인권유린 범죄는 우리 모두에 대한 반문명적, 반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을 갖고 검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다각적이고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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