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도 잃고 청년도 잃고’…통합당, 수도권 공천실험 실패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16일 16시 48분


험지에 중진 의원 차출해 '자객공천'…결과는 낙선
수도권에 전략적으로 만든 청년벨트도 생존율 '0'
수도권 역대급 참패, 중진과 청년 공천의 '전략 미스'
"청년 비례대표 주고 4년 동안 지역구 기반 닦아야"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중진 의원을 수도권 험지에 배치하는 ‘자객공천’을 단행했지만 대체로 여당에 압승만 안겨주면서 공천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은 현역 돌려막기는 인지도가 높은 의원을 주요 험지에 꽂아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탈환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었지만, 민주당 김부겸 의원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전략공천된 주호영 의원이 ‘텃밭’에서 3만표가 넘는 표차로 압승을 거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진들이 전멸했다.

‘청(靑)·야(野) 대리전’으로 불린 서울 구로을에서 김용태 통합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후보(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와 맞붙었지만 득표율 37.6%(3만7018표)를 기록하며 1만9047표 차이로 떨어졌다. 서울 양천을에서 내리 3선을 달성한 김 의원의 현역·중진 프리미엄은 험지에서 먹히지 않은 것이다.

서울 강남갑에서 3선을 한 통합당 이종구 의원은 경기 광주을로 재배치돼 이 지역 현역 민주당 임종성 의원과 중진 대 초선 대결을 벌였으나 3만8910표(42.1%) 대 5만2468표(56.8%)로 패했다.

서울 서초갑에서 내리 3선을 한 이혜훈 의원도 상대적으로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해 4선에 도전했다가 ‘청년 신인’ 민주당 장경태 후보에게 1만표 이상 표차로 낙선했다. 경제 전문가인 이 의원은 지역 재개발 공약을 내세웠으나 여당의 강한 당세를 꺾진 못했다.

인천의 터줏대감이자 3선을 한 안상수 의원도 중·동·강화·웅진을 떠나 동·미추홀을에서 공천 컷오프로 탈당한 무소속 윤상현 의원의 4선 도전을 저지하기 위한 자객으로 나섰다가 고배만 마셨다.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달성한 윤 의원은 40.5%(4만6493)의 득표율로 15.5%(1만7843표)에 그친 안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지방에서도 험지로 차출된 대부분의 중진들이 맥을 못췄다.

충청권 4선 정우택 의원은 16년간 기반을 다진 청주상당을 떠나 청주흥덕에서 이 지역 재선 도종환 민주당 의원과 대결했지만 낙선했다. 정 의원은 42.9%(5만7656표)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도 의원(55.8%·7만4900표)에게 못 미쳤다.

통합당의 ‘청년 벨트’ 구축 작업도 4·15총선에서 무산됐다. 통합당은 서울 광진갑, 도봉갑, 노원병, 경기 파주갑 등 수도권에서 10곳 이상을 청년공천 지역으로 분류하고 대부분 정치 신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병민 후보는 험지인 서울 광진갑에서 4만2822표(40.6%)를 얻었지만 민주당 전혜숙 의원에게 1만3786표차로 낙선했고, 도봉갑에 출마한 김재섭 후보도 40.4%(3만7967표)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1만2686표차로 밀리며 민주당 인재근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 최고위원인 이준석 후보(44.3%·4만6373표)는 노원병에서 민주당 김성환 의원에게 9183표차로 밀려났고, 역시 최고위원인 신보라 의원도 경기 파주갑에서 득표율 37.3%(5만2122표)로 민주당 윤후덕 의원(60.9%·8만5058표)에게 패했다.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리며 보수 강세 지역으로 구분되는 성남 분당을에서도 김민수 후보(45.1%·6만4342표)는 접전 끝에 여당 현역 김병욱 의원(47.9%·6만8387표)을 넘지 못했다.

이밖에 수원정, 광명을, 의왕과천, 남양주을, 용인을, 김포갑 등에서도 청년 후보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당 안팎에서는 중진 의원의 험지 배치가 실패로 돌아가자 아무런 연고 없이 지역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혁공천이라는 미명하에 인지도만 앞세운 채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도권에서 통합당의 역대급 참패도 중진과 청년 공천의 ‘전략 미스’로 인한 실패에 상당 부분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청년은 ‘이상’이지, ‘현실’이 아니다”라며 “청년은 비례대표로 주고 4년 동안 지역구에서 기반을 닦고 다음 총선에 출마하게 만들어야지, 안 그러면 지역구에 가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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