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책 김씨, 관리-모집책 조직 만들어… 1400여회 환자 알선 90억 챙겨
병원측, 실손청구 가능한 수술 진행
평범한 50대 여성 A 씨가 보험사기에 연루된 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본 ‘안과 무료 검진권’ 때문이었다. 자신을 병원 광고 대행사 대표라고 소개한 김모 씨는 무료 검사는 물론이고 서울 서초구의 한 안과에서 1000만 원 상당의 시력 교정 수술까지 공짜로 받게 해 주겠다고 했다. 병원과 짜고 실손보험 처리가 되는 백내장 수술을 한 것처럼 꾸미는 수법이었다.
수술을 받고 나자 김 씨는 A 씨에게 다시 달콤한 제안을 했다. 다른 환자를 데려오면 수술비의 10%를 수수료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별다른 수입이 없던 A 씨는 동네 친구, 교회 지인 등을 끌어들였다. 가입한 보험을 활용해 보험금을 받았고, 지인들에게 좋은 정보를 전해준 것뿐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A 씨 같은 사람은 200명이 넘었다. 대규모 보험사기단의 일원이 된 것이다.
보험사기 수법이 다단계, 점조직 방식으로 대형화되고 있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신형식)는 230명 규모 다단계 보험사기단의 총책인 김 씨를 비롯한 상급 조직원, 서울 9개 병원의 원장 및 행정실장 등 17명을 보험사기방지법 및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총책 김 씨는 환자를 모으는 모집책(팀원)과 이들을 관리, 교육하는 팀장들로 이뤄진 점조직을 운영했다. 지시와 공지는 ‘카카오톡 비밀 대화방’을 통해 이뤄졌다. 팀장 1명당 5명가량의 팀원을 뒀고, 팀원을 1명씩 모을 때마다 수수료를 받았다.
대화방을 통해 팀원들은 자신이 데려온 환자 정보를 이름, 연락처, 예약 일시, 진료 명칭 등으로 정리해 팀장에게 보고했다. 팀장은 이를 이용해 사전에 계약한 병원 중 한 곳에 대리 예약했다.
김 씨는 팀원이 환자 1명을 데려올 때마다 병원으로부터 수술비의 25%를 광고비와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고, 이 가운데 40%를 팀원 몫으로 넘겼다. 환자를 많이 모아 온 팀원은 승진을 했고, 수수료 몫도 늘었다. 이렇게 김 씨가 환자를 알선한 횟수는 총 1400여 회, 받아 챙긴 금액은 90억여 원에 달했다.
서울 강남 일대의 유명 병원들이 이들의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 성형수술을 비염 수술로 둔갑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고액의 비급여 진료를 통해 이익을 챙겼다.
검찰은 A 씨 같은 단순 모집책과 환자 등 213명은 기소 유예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동종전과가 없고 초범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실은 인정되기 때문에 피해자인 보험사 측에서 민사소송 등을 진행할 경우 손해배상금 등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손해보험협회 김기용 보험사기조사팀장은 “수입이 없는 50, 60대 여성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범행에 가담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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