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71~84 ‘경계선급 지능’ 아이들, 충분히 발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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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화점2021-08-23 14: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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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지수(IQ) 71~84, 한글을 읽을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 간단한 돈 계산도 할 수 있지만 고도의 학습능력이나 사회적 적응능력은 부족해 살아가는 동안 어려움을 겪는다.>

위 문장은 ‘경계선급 지능’을 가진 이들에 대한 설명이다. 비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의 경계에 놓인 이들은 ‘느린 학습자’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의 경계성 지능 아동청소년은 학급당 약3명, 전체 학생수의 약 14%로 추정된다. 이들은 ‘주의산만, 행동미숙, 낮은 학업성취도, 사회성 결여’라는 특징을 보이지만 배우는 속도가 남보다 느릴 뿐 학습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꾸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사회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 가능하다.
사진=매일매일즐거워 홈페이지(funcoop.kr)
부산시 연제구 소재 사회적기업인 ‘협동조합 매일매일즐거워’는 바로 이런 경계선급 지능을 가진 아동청소년·청년들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급 지능 아동청소년들과 함께 방과후 아웃도어 활동을 하고, 2014년부터 꾸준히 아이들을 봉사자와 연결해서 사회참여 활동 지원도 하고 있다.

경계선급 지능인들이 사회에서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매일매일즐거워 황태연 대표를 이메일로 만났다.

‘매일매일즐거워’ 설립 계기는?

“경계선급 지능을 가진 아동청소년·청년들이 사회와 단절되고 소외되는 현실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교생활과 직업활동, 다양한 사회참여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육, 고용, 통합 이렇게 세 가지를 통해서 느린학습자들이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매일매일즐거워’를 설립했습니다.”
'매일매일즐거워'는 2018년 11월 8일 부산진여자고등학교와 협약을 맺었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황태연 대표. 사진=매일매일즐거워 홈페이지(funcoop.kr)
스마트팜 기술을 바탕으로 고용 지원까지 하고 계시는 걸로 압니다. 일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스마트파밍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팜을 시공하고, 농산물재배유통사업과 더불어 샐러드 프랜차이즈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 사업으로 느린학습자 청년들을 고용하고 이 분들이 쭉 일하실 수 있도록 직무와 공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임직원은 저를 포함해서 열네 명입니다.”
인구의 14%는 '천천히 배우는 사람들' 입니다
홈페이지에 ‘경계선급 지능 정상화 프로젝트’라는 문장이 인상깊었어요. 느린학습자도 교육과 지원을 받으면 많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요.

“’정상화’라는 표현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여기서 ‘정상’은 산의 정상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썼습니다. 회사를 만들 때 ‘대한민국 14% 느린학습자의 완전한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교육과 고용 베이스캠프’라는 가치를 세웠어요. 우리(매일매일즐거워)가 베이스캠프가 되고, 산을 오르는 힘든 여정을 지나 최정상에서 함께 만나자는 의미이기도 해요.

장애와 비장애 사이의 ‘경계선’이라는 영역은 ‘발전 가능하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충분한 교육과 지원을 받으면 발전할 수 있어요. 관련 연구들에서도 향상된다는 게 증명되었고요. 하지만 사회적으로 방치되면 장애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꾸준한 교육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소통능력을 상당 수준 향상시킬 수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소외되면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며 범죄에도 노출된다고 황 대표는 설명했다.

일반학생 중심의 수업과 특수교육중심 수업 사이에 끼어 방치되다가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느린학습자들이 많다. 학령기에 집단생활을 경험하지 못 해 사회성이 발달할 기회도 놓치게 된다.

성인이 되어도 고용시장에서 소외되기에 제대로 직업활동을 이어가는 사례는 매우 적다. 느린학습자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매일매일즐거워에서는 현재 두 명의 느린학습자 청년이 만2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스마트팜 설비(올치농장). 사진=매일매일즐거워 홈페이지(funcoop.kr)
사회성 향상을 위해서는 대면활동이 꼭 필요할 텐데, 코로나 시국이라 걱정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어떤 활동을 중심으로 하고 계신가요.

“대면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방과후 활동을 소규모로 축소해 진행 중입니다. 원래는 마라톤, 하이킹, 캠프, 음악회 등 매년 24회 정도의 크고 작은 행사를 지역 봉사자분들과 함께 진행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사태 이후로는 할 수 없게 됐죠. 대신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다른 사회적기업들과 함께 비대면 체험활동키트, 동영상을 15종 가량 준비했습니다. 집콕 중인 약 600여 명의 친구들과 형제들에게 제공을 했지요.”

아이들과 함께했던 첫 물놀이와 첫 1박2일 캠프가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황 대표. 그의 목표는 매일매일즐거워를 ‘대한민국의 느린 청년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스마트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기업으로서 더욱 성장해 영향력을 키우고 싶습니다. 경계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만들고, '올치'라는 공헌활동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친구를 많이 만들어 주고 싶어요.”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